"李 나라 미래로 이끌 분"

무소속 정몽준 의원은 3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우리나라를 미래로 이끌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이 후보에 대한 지지와 한나라당 입당을 선언했다.

정 의원은 이날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 고심했으며, 특히 건국 60주년을 맞는 내년은 우리나라가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후보가 여러 후보들 가운데 제일 낫다고 판단했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와 관련, "노 대통령이 잘 했으면 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공(功)보다 과(過)가 많고 여러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오판이었음을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번 한나라당 입당으로 선친인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국민중심당, 자신이 창당했던 국민통합21에 몸담은 이후 모처럼 `정당인'으로 활동하게 됐다.

정 의원이 대선공간에서 한나라당 입당과 이명박 후보 지지라는 카드를 빼든 것은 자신의 정치적 미래행보와도 무관치 않아 보여 주목된다.

만일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당권문제에서부터 차차기 대선도전에 이르기까지 정 의원의 행보는 당안팎의 이목을 끌게 될 것이 분명하다.

내년 총선에서 6선에 성공한다면 정 의원으로서는 무소속 입장에서 계속 `국외자'로 남아있기 보다는 정당에서 활동하면서 보다 큰 그림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 의원은 이명박 후보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뒷심을 보태주는 형식을 통해 한나라당에 착근할 수 있는 통로를 확실하게 마련한 것으로 보이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당내 영향력을 키워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시내 한 호텔에서 이명박 후보와 조찬을 같이 하며 사실상 지지 의사를 공식화한 정 의원은 기자회견에 앞서 당사 6층에서 강재섭 대표를 위시한 주요 당직자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그는 나경원 대변인을 지목하며 "요즘 방송을 보니까 고생하는 것 같더라"고 농담을 던지는 등 비교적 여유있는 표정이었으며, 이 후보가 회의장에 등장하자 포옹하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다음은 정 의원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원했을 때와 이번에 이명박 후보를 지원한 의미가 어떻게 다른가.

▲당시 노무현 후보와 같이 일하겠다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물과 기름이 함께 하는 것이라고들 했다.

그러나 당시 성장배경은 다르지만 생각하는 것은 맞춰갈 수 있다는 이상적인 생각을 갖고 단일화했다.

당시 노 후보가 공동의 정부라는 단어를 본인이 사용했지만 비중을 둔 것 같지도 않고 우리나라를 변화로 인도할 것 같지도 않았다.

국민의 기대처럼 노 대통령이 잘했으면 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노무현 정부는 공(功)보가 과(過)가 많고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외부적인 경제환경도 좋은 게 없고 남북관계도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이럴 때 국민결단이 필요한데 여러 후보 가운데 이 후보가 가장 낫다고 생각했다.

--지난 20년이 한국 민주주의 제도화의 실험시기이며 실패했다고 했는데.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민주국가가 돼서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는 지금 여당이 없는 대선을 하고 있다.

여당을 자처하는 정당이 없는데 이것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정당제도는 후퇴한 정도가 아니라 큰 위기이며, 결국 민주주의 제도도 위기라고 생각했다.

--정치인이자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후보를 지지한 의미는.

▲앞으로 우리나라 정치가 발전하지 않으면 경제도 발전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경제인도 정치발전에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소위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다.

소득계층간 양극화 뿐만 아니라 교육양극화, 이념양극화가 큰 문제인데 한나라당은 올 대선과 내년 총선에서 이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것인지 국민과 토론해야 한다.

미국같은 경우 민주당에는 케네디 가문이 있었고 공화당에서는 록펠러 가문이 있었는데 이들은 양당제도에 기여했다.

저도 우리나라 양당제도에 기여할 생각이다.

--이 후보 지지선언이 현대가(家)와의 화해 의미도 있는 것인가.

▲신문이나 사석에서 그런 말을 들은 것은 사실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를 좋아한다는 말은 잘 못 하는데 싫어한다는 말은 잘 한다.

(이 후보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두분이 서로 상대편의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서로 고마워하는 사이가 아닌가 생각한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