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는 정치적이지만 막상 주제가 드러난 장면에서 관객들이 지루해한다는 게 뮤지컬 '뷰티풀 게임'의 딜레마다.

'뷰티풀 게임'은 '캐츠''오페라의 유령' 등 뮤지컬 제작의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레퍼토리 중 국내에 여섯번째로 선보이는 작품.웨버가 아일랜드 벨파스트의 한 축구팀에서 1969년에 활동한 선수들의 후일담을 추적한 TV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바탕으로 썼다.

아일랜드의 동네 축구팀에서 활동하는 존은 세계적인 선수를 꿈꾸지만 토머스는 아일랜드 해방을 위한 정치적 신념에 더욱 충실한 인물이다.

토머스는 아일랜드 해방군에 들어가고 존은 그의 도주를 도와주다 감옥에 갇히게 된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중간 중간 등장하는 남자 배우들의 축구 경기 장면.그들의 노련한 동작이 실제 게임 못지 않은 박진감을 선사한다.

춤과 실제 축구 동작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잘 버무려져 있다.

배우들의 노력이 가장 돋보이는 대목이다.

여성 관객들은 간간이 남자 배우들이 웃옷을 벗는 서비스성(?) 장면에서 쉴새 없이 환호성을 지른다.

그만큼 공연장 분위기도 뜨겁다.

특히 '토요일 밤의 열기' 이후 3년 만에 뮤지컬 무대를 찾은 박건형은 능청스러울 정도의 노련한 연기를 선보여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김동호와 김소향 등 조연들의 연기도 나무랄 데 없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 들어서는 갑자기 정치적 이슈가 극의 전면으로 튀어나온다.

원작의 주제를 드러내는 부분이긴 하지만 지루하기 짝이 없다.

시나리오를 각색하는 과정에서 토머스의 비중을 너무 줄이는 바람에 그가 이유없는 '국수주의자'로 비쳐지는 것도 안타깝다.

또 박건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득'이지만 그로 인해 극의 논리적인 설득력이 떨어진 것은 '실'이다.

내년 1월13일까지 LG아트센터.3만~10만원.

(02)501-7888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