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미국 대선주자들의 '순례지'로 떠올랐다.

과거 대선 후보들의 필수 방문지가 미시간주 플린트에 있는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였다면 최근 후보들은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구글 본사를 어김없이 들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 보도했다.

대선주자들의 구글 탐방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지난 2월 민주당의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시작으로 존 매케인 상원의원,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 등 7명의 대선 후보들이 구글 본사를 차례로 방문했다.

세계 1위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이 대권 주자들의 단골 방문지가 된 것은 그 상징성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아넨버그 공공정책센터의 캐슬린 홀 제이미슨 교수는 후보들이 추구하는 '미래적인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데 구글이 안성맞춤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로 미국 산업을 상징해왔던 GM은 구글의 최첨단 이미지에 밀리면서 대권주자들의 이상형에서 멀어졌다.

거기다 GM은 혁신에 실패하면서 일본 기업에 선두를 위협받고 있어 이미지가 예전 같지 않다.

대선주자들이 구글 본사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어대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회사나 공장을 방문하면 그곳의 수많은 유권자들을 한꺼번에 직접 만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후보가 본사를 방문하면 전 세계 1만6000여 구글 직원들이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생중계로 시청한다.

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구글이 인수한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서도 퍼져나간다.

대규모 공장 한 군데를 들르는 것보다 홍보 효과가 낫다는 평가다.

후보들이 구글 직원들과 악수만 하고 오는 것은 아니다.

NYT는 기존 기업과 달리 자유분방한 토론이 벌어지는 게 구글 탐방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케인 상원의원에게는 '100만개의 32비트 인티저(정수)를 2메가바이트 램(RAM)에 정렬하는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전문적인 질문을 즉흥적으로 던져 그를 쩔쩔매게 했다.

몇 달 뒤 구글을 방문한 오마바 의원은 같은 질문에 정답을 준비해 가 오히려 점수를 땄다.

또 방문 때마다 자신의 정보기술(IT) 정책을 부각시킬 뿐 아니라 최근에는 무명에서 샛별로 떠오른 자신의 정치 역정을 구글에 빗대 관련업계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