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둘러싼 사회적 분위기가 매우 혼란스럽습니다.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흔들림없이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합시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3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12월 월례사'에서 현재 삼성그룹을 둘러싼 '외풍'에 흔들리지 말 것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부회장은 먼저 "현재 국내외 주주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경영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한 뒤 "이런 때일수록 최선을 다해 회사 발전은 물론 국가경제에 기여함으로써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자"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 법무팀장)의 의혹제기와 정치권의 특검제 도입 등으로 어수선해진 임직원들의 마음가짐을 추스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올 한 해 세계 전자산업의 흐름에 대해 "디지털 기술 확산과 치열한 경쟁으로 제품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면서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하고 융.복합을 통해 사용 편리성을 개선한 제품들이 히트상품에 이름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히트상품으로는 일본 닌텐도의 게임기 '위(Wii)와 미국 애플컴퓨터의 '아이폰'을 꼽았다.

윤 부회장은 "닌텐도는 게임기 고객이 20.30대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중년층과 여성들도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 세계 시장에서 1위에 올랐고,애플은 편의성과 디자인.인터넷 기능을 강화한 휴대폰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내년 이후 전자산업 방향에 대해 그는 "제품 간 융.복합화와 네트워크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전자기기들이) 기존 전자산업이 아닌 다른 산업에까지 활용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며 "바이오칩(반도체 기술과 유전공학)과 솔라셀(태양전지) 등이 대표적인 미래형 전자산업"이라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이에 따라 "선견력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남보다 앞서 도전하고 실천해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한편 윤 부회장은 이날 한국공학한림원 주최로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희망 코리아 포럼'에서도 최근 삼성을 둘러싼 반기업 정서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표현했다.

윤 부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삼성전자와 같은 초일류 기업이 더 많이 나와야 우리 경제가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고 경제발전과 고용창출의 주체는 기업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담한 어투였지만 최근 삼성을 둘러싼 각종 의혹제기와 이에 따른 반(反)삼성 여론이 자칫 반기업 정서로까지 이어질까를 우려한 지적으로 풀이된다.

윤 부회장은 "중국의 경우 2003년 포천 500대 기업에 포함된 회사가 11개에 불과했지만 올해에는 24개로 늘어난 데 비해 같은 기간 한국은 13개에서 14개로 한 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250년 세계 산업사에서 초일류 기업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과 조건을 분석하고 '초일류 기업의 3대 특성'은 △산업을 주도하고 △초우량 경영 프로세스를 가진 △장수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했다.

윤 부회장은 이 같은 기업이 되기 위한 6대 조건으로 △혁신제품 보유 △빠른 움직임(Fast Mover) △최고의 원가경쟁력 △최적의 프로세스 △글로벌 고객흡인력 △조직의 역동성 등을 꼽았다.

유창재/김현예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