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펀드의 주도권이 국내 펀드에서 해외 펀드로 넘어간 첫 해다.

그만큼 올 한 해 동안 해외 펀드는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해외 펀드 한 개 정도는 반드시 가입해야 재테크를 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투자 풍속도도 변했다.

수익률에서도 투자자들한테 인기를 끌었던 주요 지역 해외 펀드가 국내 펀드를 앞섰다.

특히 중국 등 성장성이 뛰어난 국가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는 최근 단기 급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년 수익률이 100%에 육박할 만큼 높아 한때는 펀드로 몰리는 자금의 대부분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다시피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해외 펀드 과열 우려까지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해외 펀드의 주요 투자 대상인 이머징 마켓 성장률이 여전히 높은 데다 최근 특정 지역 쏠림 현상을 보완하는 신상품도 속속 나오고 있어 해외 펀드는 내년에도 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펀드 주도권,국내서 해외로

5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해외 펀드 수탁액(주식형 기준) 증가분이 국내 펀드 증가분을 크게 추월했다.

해외 펀드 수탁액은 작년 말 10조1045억원이던 것이 지난 11월 말에는 49조5289억원으로 39조4245억원이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국내 펀드는 작년 말 39조9884억원에서 올 11월 말 60조131억원으로 20조247억원 증가에 그쳤다.

월별 추이를 보더라도 지난 2월부터 4월까지는 국내 펀드의 경우 오히려 자금이 빠져 나갔다.

3개월간 국내 펀드 순유출액은 5조5479억원에 달했으나 이 기간 해외 펀드로는 7조7025억원이 순유입됐다.

이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본격 조정을 받기 직전인 10월까지 해외 펀드 자금 유입액이 국내 펀드 유입액보다 훨씬 많았다.

하지만 11월 들어 해외 펀드 수익률이 단기 급락하면서 올 들어 월간으로는 처음으로 국내 펀드 유입액이 해외 펀드를 앞질렀다.

이는 특히 중국과 홍콩 증시 급락에 따른 중국 펀드 수익률 저조로 중국 펀드 환매 자금이 국내 펀드로 몰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중국 펀드 수익률이 다시 회복되고 있는 데다,브릭스 펀드 등 중국 펀드를 대체할 유망 펀드들이 속속 부상하고 있어 해외 펀드 자금 유입 속도는 다시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률도 해외 펀드가 한수 위

수익률에서도 해외 펀드가 한수 위였다.

한국펀드평가 분석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11월 말까지 평균 수익률은 39.65%였다.

이에 비해 올 들어 가장 많은 돈이 몰린 중국 펀드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은 64.19%로 국내 펀드의 두 배 가까이에 달한다.

중국 펀드 다음으로 돈이 많이 몰린 브릭스 펀드의 수익률은 46.50%였고 인도 펀드와 친디아 펀드는 각각 47.01%,64.90%를 기록했다.

장기 수익률에서도 해외 펀드가 국내 펀드 못지 않았다.

중국 펀드의 경우 3년 누적 수익률은 무려 204.80%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141.06%를 크게 앞질렀다.

브릭스 펀드 3년 수익률도 170.98%에 달했다.

2년 수익률에서도 중국 펀드와 브릭스 펀드는 각각 191.21%,108.84%로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국내에 출시된 지 2년여가 지난 인도 펀드도 2년 수익률은 93.75%로 같은 기간 국내 펀드 수익률 54.64%보다 훨씬 높았다.

해외 펀드 전체적으로도 2년 평균 수익률은 86.02%로 국내 펀드를 웃돌았다.

물론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 관련 펀드들과 해외 리츠 펀드 등은 저조한 수익률을 면치 못했다.

일본 펀드는 작년 초부터 본격 출시된 이후 아직까지 누적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다.

유럽 펀드도 최근 9개월 미만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다.

해외 리츠 펀드 역시 가입한 지 1년 미만인 투자자들은 모두 평균적으로 손실을 보고 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이런 까닭에 해외 펀드에 투자할 경우에도 특정 지역에만 '몰빵'하기보다는 여러 지역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며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해외 펀드 신상품 봇물

올 들어 해외 펀드들도 유행을 탔다.

연초에는 일본 펀드가 반짝 인기를 끌더니 수익률이 부진하자 해외 리츠 펀드로 주도권이 넘어갔고 이마저 수익률이 신통치 않자 다시 베트남 등 아시아 펀드→유럽 펀드→중국 펀드 등으로 돈이 순환매처럼 몰렸다.

하지만 중국 펀드마저 단기 수익률 부진으로 환매가 몰리기 시작하자 대안찾기가 분주하다.

이런 가운데 중국 펀드를 대체할 만한 신종 해외 펀드 상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펀드를 비롯해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 남미 아세안 등 이머징 국가들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이머징 펀드들은 그동안 해외 펀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가진 지역인 데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이머징 국가와 상관관계도 낮아 기존 아시아 펀드 일색의 국내 해외 펀드 시장을 보완할 수 있는 대체 유망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최근 러시아 등 일부 이머징 시장이 대안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기대수익률을 너무 높게 잡으면 중국 펀드의 실패 사례를 되풀이하기 십상"이라며 "특정 상품에 '몰빵'식 투자는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