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전문가들은 은행들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금융상품을 다양화하고 사업 영역을 해외로 넓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덩치 경쟁을 지양하고 대출자산 유동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승선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은행들은 예금이 감소하기 시작한 90년대 초반부터 투자은행(IB) 업무를 활성화시켜 사업영역을 다각화했다"며 "국내 은행들도 IB와 해외영업 업무를 강화함으로써 현재의 위기를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금융팀장은 "그동안 대형은행들이 국내에서 과점이익을 향유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늘려왔다"며 "앞으로는 IB업무와 관련된 여러 복합금융상품을 개발해 새로운 투자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인석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은행들이 IB 업무를 통해 확실한 수익모델을 찾으면 보통예금 금리를 자산관리계좌(CMA) 수준으로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전체 금융그룹 차원에서 발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앞으로 은행은 중소기업대출과 펀드판매 외에는 다른 수익원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씨티그룹처럼 전체 금융그룹 차원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은행이 처한 위기의 본질은 미래 수익모델을 찾기보다 자산늘리기 경쟁에만 그릇된 전략에 비롯됐다는 지적도 많았다.

조영모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은행들이 대출 수요와 자금 조달을 잘못 예측해 자금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며 "예금이 줄고 해외 차입이 막힌 상황에서 일단 대출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안은 대출자산을 유동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산유동화에는 적지 않은 제약이 있다는 설명이다.

류승선 연구위원은 "은행 대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유동화하려면 주택담보대출의 90%가 넘는 변동금리 대출을 줄이고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채시장보다 주택담보대출유동화증권(MBS)시장 규모가 더 큰 미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중 장기 고정금리 대출 비율이 70%여서 대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장기채권 발행으로 조달할 수 있다.

조영모 연구원은 "은행이 자산을 유동화하기 위해서는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 채권시장이 먼저 안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설/황경남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