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삼성증권 압수수색을 통해 발견한 120여개 차명의심계좌에 대해 본격 추적에 나섰다.

검찰은 계좌 명의자 소환도 검토하고 있어 전·현직 삼성 임직원들이 줄줄이 소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특별수사ㆍ감찰본부(본부장 박한철 검사장)의 김수남 차장검사는 4일 "압수수색 현장에서 단서를 확보한 100여개 차명의심계좌에 대해 어제(3일) 영장을 받아 오늘부터 추적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김용철 전 삼성법무팀장이 공개한 4개 계좌와 추가로 의심이 간다고 주장하는 20여개 계좌도 추적 중"이라며 "자금추적은 이번 수사의 기초공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곳까지 해서 특검에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장검사는 또 "의심 계좌가 발견된다고 해도 그것이 비자금 계좌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 때까지는 여러 확인이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계좌 주인'을 부르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좌의 명의상 소유자인 전.현직 삼성 임직원들을 대거 소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셈이다.

검찰은 이를 위해 우선 의심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확인이 끝나면 관련자를 부를 계획이다.

김 차장검사는 비자금 의혹 외에 경영권 불법 승계,정·관계 로비 등에 대한 수사 진행 계획에 대해서는 "계속 살펴 보고 있지만 에버랜드 사건의 경우 기존 검찰 수사에서 입장을 바꿀 만한 새로운 변화가 없다"고 말해 에버랜드 사건은 더 이상 수사하지 않을 방침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특검법이 의결된 것과 관련해 수사는 계속 진행하되 수사 범위나 방식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삼성비자금 의혹 관련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 공포안'을 의결했다.

삼성특검법이 발효되면 노 대통령은 대한변협의 추천을 받아 특검을 임명해야 한다.

준비기간(최장 20일)을 감안할 경우 빠르면 대선이 끝난 후인 12월말 늦어도 내년 1월초부터 수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