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공선옥씨(43)가 5년 만에 신작소설집 '명랑한 밤길'(창비)을 내놨다.

2002년 여름부터 올해 10월까지 문예지에 발표한 12편의 단편들을 모았다.

표제작인 '명랑한 밤길'은 지난해 '작가가 선정한 올해의 소설'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공씨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비극적인 주인공들을 비극적이지 않게' 풀어냈다.

영양과 사랑이 모자라 '늘 화내는 병'에 걸린 아이를 데리고 사는 싱글맘 문희('도넛과 토마토')도,폭력 남편을 둔 '나'와 췌장암으로 남편을 떠나보낸 친구 '영희'('영희는 언제 우는가')도 고단해 보이긴 하지만 그렇게 비극적이지는 않다.

작가가 이들의 불행을 일상의 연장선 위에 그려놨기 때문이다.

소시민적인 삶을 묘사하면서도 독자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미덕 또한 여전하다.

담배 냄새의 출처를 묻자 "보람이가 자꾸 주잖아.가시내가 지나 피우지,끊은 사람한테 왜 줘 주길"이라며 투덜거리는 딸('꽃 진 자리'),죽은 전 남편의 외국인 부인 '토넷'을 자꾸 '도넛'이라고 부르는 주인공('도넛과 토마토')은 웃음과 여유를 함께 제공한다.

소소한 주변 이야기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매우 현실적이다.

일자리에서 쫓겨날 처지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래 한마디에서 위로를 얻는 것을 보고,이별의 아픔을 달래는 주인공('명랑한 밤길')은 희망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준다.

공씨는 "내 글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삶에서 내 흔들리는 초상을 본다"며 "아무도 눈여겨 보는 이들이 아니지만,아무렇게나 대접받는 것 또한 원치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 또한 나름대로의 고운 노래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