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은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지구 최후의 오지로 남아 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눈과 얼음절벽,세찬 바람뿐이다.

지구상의 얼음 90%가 이 지역에 모여 있다고 하니,그 추위를 짐작할 만하다.

동물도 펭귄과 바다표범,몇몇 바다새가 고작이라고 한다.

이런 미답의 땅이기에 남극은 지질 및 지구환경 연구에 더없이 좋은 보고로 여겨지고 있다.

게다가 자원은 무궁무진해서 각국은 다투어 이곳으로 달려가고 있는데,현재 남극에 연구기지를 운영하는 국가는 20개국에 이른다.

남극 개발에서 가장 필요한 장비는 얼음을 깨는 쇄빙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문 연구원들을 파견,세종기지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쇄빙선이 없어 필요할 때마다 빌려 사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제는 우리도 내후년 9월에는 쇄빙선을 갖게 된다.

1000억원이 투입되는 6950t급인데 최근엔 이름을 공모해 '아라온'으로 확정했다.

'아라'는 바다를 뜻하는 순 우리말이며 '온'은 전부 또는 모두를 나타내는 관형사다.

쇄빙선의 역사는 1800년대 초 북극 항해와 함께 시작됐다.

초기의 쇄빙선은 나무로 제작되었고,유빙과 마찰이 심한 외판만을 철판으로 둘렀다.

이어 증기엔진을 장착한 쇄빙선이 만들어졌고,20세기에 들어서면서 쇄빙선 건조가 본격화됐다.

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중 4척의 쇄빙선을 만들었고,그 후 러시아에서는 원자력 쇄빙선까지 만들어 취항시켰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핀란드는 어떤 방향에서도 얼음을 깰 수 있는 쇄빙선을 만들고 있다.

노르웨이의 아문센과 영국의 스콧이 남극점을 먼저 정복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던 남극은 열강들의 각축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북극은 주변국과 공동개발을 해야 하는 반면 남극은 과학연구를 통해 개발 당사국의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쇄빙선의 건조가 비록 늦긴 했지만,얼음바다를 누비게 될 아라온호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에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