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의 "한, 정략적 의도..국회 예산심사권 남용"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4일 "헌법에 정한 예산의 통과시한을 지키지 않는 것은 헌정질서상 심각한 문제일 뿐 아니라, 한나라당 주장대로 예산이 삭감되고, 나아가 준예산으로 넘어갔을 때 국가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냐가 더욱 심각하다"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언급한 뒤 "총리와 각 부처는 (준예산으로 넘어갔을 때) 국가운영과 국민생활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예측해서 국회와 국민에게 생생하게 전하고, 정부 예산안에 대한 타당성과 가치를 확고히 지키고 설득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앞서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은 국회예산심의 동향 및 향후 전망을 밝히면서 금주 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면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일정이 더 지연될 가능성이 농후하며 이 경우 준예산 집행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

천 대변인은 국무회의 논의사항을 전하며 "한나라당이 정부 예산안에 대해 구두로는 7조원의 삭감을 주장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예결특위 계수조정 소위 회의과정에서 내놓은 주요 삭감 규모는 3조9천억원이며 나머지는 구체적 내역없이 삭감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라며 "이는 예산처리를 정략적으로 지연하고자 하는 것이며 국회의 예산심사권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 대변인은 또 "한나라당이 고등교육 확충예산 4천800억원, 2단계 균형발전 예산 2천700억원, 사회서비스 일자리 2천600억원, 남북협력기금 2천500억원 등의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대학 경쟁력 강화 및 수도권과 지방 간 기업투자, 교육, 의료의 격차를 줄이는 예산,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과 지역복지 서비스 혁신 예산을 대폭 줄이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무회의 참석자들은 특히 남북정상회담 이후 과거와 차원이 다른 많은 사업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남북협력기금을 삭감해 올해 예산수준으로 동결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한나라당이 국채 발행 축소와 감세를 요구하면서도 지역구 사업비 증액을 요구하는 등 일관성 없고 모순된 주장을 내세우며 예산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천 대변인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