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알리안츠그룹은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그룹 본사에서 만난 하인즈 돌버그 아태·중동·북아프리카 총괄 부사장은 "1985년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것이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말했다.

자산 규모 세계 32위 은행(독일 드레스드너뱅크),세계 5대 자산운용사(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전 세계 700여개 자회사. 2006년 말 현재 총 자산 1300조원,당기 순이익 8조6000억원을 자랑하는 알리안츠의 위상이다.

알리안츠는 1985년 전까지는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만 영업해 온 '리지널(regional) 보험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국내외 금융사의 잇단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덩치를 키웠다.

1986년 영국 런던의 콘힐보험사를 시작으로 프랑스 보험그룹 비아린 모젤사(1989년),구 동독 국영보험사(1990년),미국 캘리포니아 화이어맨펀드보험사(1991년),스위스 엘비바그룹 및 호주의 매뉴팩처서 뮤추얼보험그룹(1995년),프랑스 어슈어런스제너널(1997년),한국의 제일생명(현 알리안츠생명,1999년)등을 각각 인수했다.

돌버그 부사장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것은 그룹 내 경영기법 전수,정보 공유와 보다 중앙 집중화된 기업지배구조를 통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며 실제로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지주회사와 M&A가 오늘의 알리안츠그룹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알리안츠는 2001년 독일 3대 은행인 드레스드너를 전격 인수,보험·은행·자산운용의 삼두체제를 확보하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면모를 다졌다.

돌버그 부사장은 "독일에서는 보험사가 은행을 소유할 수 있으며 유럽지역에서 알리안츠와 그 자회사들은 은행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드레스드너 인수 후 그룹 내 판매 채널이 확대됐을 뿐만 아니라 은행 보험 자산운용과 연계한 금융 복합 상품을 만들어 내는 등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알리안츠 본사 맞은 편에 있는 세계 2위 재보험사인 뮌헨리 그룹도 재보험뿐만 아니라 원수보험(생보·손보),자산운용 등 금융그룹 체제를 갖추고 있다.

뮌헨리의 레기네 카이저 대변인은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본거지였던 뮌헨이 전후 폐허를 딛고 독일 최고 부자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BMW 지멘스 등 제조업과 글로벌 금융회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찍부터 보험 지주회사 체제를 통해 겸업화·대형화를 달성한 것이 독일을 금융 강국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유럽의 다른 보험사들도 지주사 체제를 통해 종합 금융그룹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50여개국에서 보험·은행·자산운용 업무를 하고 있는 네덜란드 ING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다.

ING그룹은 총괄지주회사 밑에 보험지주회사와 은행지주회사가 각각 보험과 은행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험사와 자산운용사를 거느리고 있는 영국 PCA그룹의 존번 이사는 "보험지주회사의 장점으로 위험분산,브랜드 이미지 제고,전사적인 경험 공유 등을 꼽을 수 있다"며 "보험지주회사 체제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뮌헨·런던=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