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계의 내전(內戰)이 한창이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SK네트웍스.이 회사는 지난달 22일 서울과 분당 두 곳에 전시장을 열고 '가격을 확 낮춘' 수입차를 들여와 팔기 시작했다.

병행수입 방식을 통해서다.

외국 본사를 직접 거치지 않고 현지 대리점을 통해 소규모로 구입해 국내에서 재판매하는 식이다.

이에 맞서 공식 수입업체들의 반격도 시작됐다.

'싼 게 비지떡'이란 논리를 내세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윤대성 전무는 지난 3일 수입차 개방 2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장비가 고도로 복잡해져 공식 업체들도 본사 지원 없이는 차량을 수리할 수 없을 정도인데 병행수입 업체가 제대로 된 정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웨인 첨리 부회장은 "병행수입차를 사면 나중에 중고차로 팔 때 공식 수입차보다 40~50%가량 손해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수입업체들의 '전쟁'은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외국에 비해 2~3배 비싼 돈을 주고도 적절한 애프터서비스(AS)조차 받지 못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의 공세가 시작되자 당장 공식 수입업체들은 신차 가격을 줄줄이 낮추고 있다.

서비스 품질도 높이겠다고 목청을 높인다.

수입차 업계 전체로 봐도 이들의 무한 경쟁은 결국 '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입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중형차 대신 수입차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도 많아졌다.

송승철 수입자동차협회장은 "수입차 업계가 올해 5만대에 이어 내년에는 6만대 이상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수입차들의 싸움을 불구경하듯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쪽이 있다.

내수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현대·기아자동차다.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5% 벽(내수시장 점유율)을 깬 수입차들이 내년에는 더욱 큰 폭으로 시장을 잠식해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등 주요 해외 시장에서 위기에 처한 현대·기아차가 안방시장조차 점유율을 빼앗길 경우 '새우 싸움에 고래등 터지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조재길 산업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