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이 휴면(休眠)법인을 이용해 세금을 회피하려던 론스타에 대해 "중과세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법의 허점을 이용해 '먹튀'를 노리는 외국계 사모펀드의 행태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본지 11월5일자 A1면 참조

아직 대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이 남아 있지만 조세형평의 원칙상 중과세가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여 이번 항소법원의 판결이 비슷한 사례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론스타 간 등록세 252억여원 부과 소송의 핵심은 휴면법인을 이용해 대도시 내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등록세 중과 대상이 되느냐는 것이었다.

지방세법 138조 1항은 설립한 지 5년이 안 된 법인이 수도권을 포함한 대도시 지역 부동산을 취득하면 등록세를 세 배 물도록 규정하고 있다.

론스타는 이를 회피하기 위해 1996년 설립 등기를 낸 이후 아무런 경영활동을 하지 않은 휴면법인 '씨엔제이트레이딩'을 2001년 6월 인수한 뒤 같은 달 스타타워빌딩을 취득하면서 252억여원의 등록세 중과세 회피를 노렸다.

서울시는 론스타가 휴면법인을 통해 스타타워(현 강남금융센터)를 취득한 것이 중과세를 피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휴면법인을 인수할 경우 인수 시점을 새로운 법인 설립일로 봐야 한다'며 세금을 무겁게 매겼다.

이에 대해 론스타 측은 휴면법인은 신설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부동산을 취득하더라도 중과세 대상이 안 된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인 행정법원에서는 론스타가 이겼다.

당시 행정법원은 "법인이 설립 등기를 마친 후 폐업 상태에 있었다 하더라도 상법에서 회사 성립 시기에 관해 따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당초 설립등기일을 기준으로 등록세의 중과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즉 5년 이상된 법인의 부동산 매입이므로 중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것.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제1특별부(재판장 박삼봉 부장판사)는 "론스타가 휴면법인을 인수한 뒤 직원과 회사 조직을 변경하는 등 실질적으로 법인을 새로 설립하는 행위를 했다"면서 "과세 당국인 강남구청이 지방세법 제138조 제1항을 근거로 중과세 해석을 한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휴면법인을 사들여 새롭게 경영을 시작했으므로 신설법인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로 휴면법인이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 등을 이용해 탈세를 꾀해 온 투기펀드들에 대한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문제가 된 휴면법인은 법인설립 등기 이후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은 사실상의 죽은 법인을 말한다.

통상 5년 이상 정관 변경이나 임원 선임 등 경영활동을 증명할 만한 새로운 등기를 하지 않으면 휴면법인으로 분류된다.

대법원에 따르면 휴면법인은 2004년 1만9015건,2005년 2만4222건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휴면법인을 이용한 세금 회피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서초동 메트로빌딩 등 4개 빌딩을 휴면법인을 이용해 매입한 GE리얼에스테이트에 대해 지난 8월 173억원의 중과세를 매기는 등 154개 휴면법인에 1312억원의 중과세를 매겼다.

이 가운데 12건에 대해 현재 소송이 제기됐지만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서울시 승리로 끝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아직 과세하지 않은 500여개 휴면법인에 대해서도 1000여억원을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한편 론스타는 고법 판결에 불복,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웅/이호기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