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나를 회유하려 했다" … 檢 "수사과정 녹화돼있다" 발끈

검찰은 4일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이 "검찰이 동생을 회유하려 했다"고 공개한 것과 관련,"김씨에 대한 수사의 전 과정이 녹화돼 있다"면서 에리카 김씨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에리카 김씨는 4일 새벽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지난달 23일 증거자료 제출을 위해 귀국한 어머니 김영애씨와 장모(이보라씨 어머니)가 함께 검찰청을 방문해 동생을 면회하면서 동생으로부터 메모지를 받았다"며 "이 메모지에는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면 형량을 3년으로 맞춰 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7~10년이 될 것이라고 회유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에리카 김씨는 동생이 건넸다는 메모지 사본을 공개하며 "동생의 메모지 내용대로라면 검찰은 나와 올케인 이보라에 대한 수사 중단,㈜다스와 무혐의 처리,미국에서 제기된 민사소송 취하 등을 제안했다"며 "검찰이 BBK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교도관 몰래 이 같은 메모를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검찰은 이날 저녁 이례적으로 긴급 비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소위 검찰이 제안했다는 '딜'이란 것은 '난센스'이고 있을 수도 존재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아직 수사 중이기 때문에 내일 수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개별 검사들이 명예훼손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다"고 격분했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이번 사건은 김씨의 진술과 같이 말에 의존해 이뤄지는 수사가 아니라 성격상 계좌 추적이나 물증 위주의 수사"라며 "수사의 전 과정이 대부분 녹음·녹화돼 있고 변호인의 입회 없이 조서 작성이 이뤄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에리카 김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김 차장검사는 "오히려 김씨가 '혐의 사실을 털어놓으면 풀어 줄 수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어 우리는 (미국과 달리) '플리바게닝(유죄협상 제도)'이 없다고 얘기해 줬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김 차장검사는 "정치권의 논란이 치열하고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사건인 만큼 엄정공평하게 수사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언론이 미리 수사 결과를 예측 보도하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낀 세력의 음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저녁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등 150여명은 미리 알려진 검찰의 BBK 수사 결과에 항의하기 위해 대검찰청을 찾아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정동영 후보는 방송연설에서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에 앞서 이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발표는 무효"라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사기꾼의 농간에 춤추지 말라"며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려는 정치 공작이라고 반박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사기꾼 김경준과 가족,신당,특정 언론의 합작에 의한 정치 공작이 아닌지 강한 의혹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혜정/강동균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