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대 출신의 `투자 천재'로 불리던 김경준(41)씨는 도피 6년만에 결국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로 기소돼 주가조작범으로 전락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6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김씨는 미 명문대학인 코넬대를 졸업한 뒤 살로먼스미스바니와 모건스탠리 서울지점에 근무하면서 `30대 투자 천재'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파생 상품 분야에 밝아 1999년 BBK투자자문을 설립했지만 2001년 3월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투자자들에게 위조된 펀드운용보고서를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 투자자문업 등록이 취소됐다.

1999년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미국으로 떠났다가 2000년 귀국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는 같은 해 2월 `LKe뱅크'라는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면서 동업을 시작했고 BBK의 투자자문업 취소 즈음인 2001년 4월 이 후보는 LKe뱅크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김씨와의 관계를 청산했다.

김씨는 이 후보와의 동업 관계를 끊던 무렵 `옵셔널벤처스'라는 업체를 설립하고 대표이사에 취임했으며 외국인 매입설로 옵셔널벤처스의 주가가 급등하던 그해말 미국으로 도피했다.

검찰은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회사자금 38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미국 법원은 2004년 한미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김씨의 신병을 한국으로 인도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미 연방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김씨는 인신보호청원을 잇따라 제기해 송환을 늦추다 대선을 목전에 둔 올해 10월 인신보호청원 재판의 항소를 포기, 도피 6년만인 11월 16일 한국땅을 밟았다.

김씨는 서울중앙지검에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중지된 상태인 동시에 이 후보가 ㈜다스의 실소유주인지를 가리는 공직자윤리법 위반 사건에도 참고인 중지된 상태였고 검찰은 대선을 한달여 앞두고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김씨에 대해 강도높은 수사를 벌였다.

김씨와 이 후보의 `악연'에 다리를 놓았던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43)과 부인 이보라(37)씨는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 후보와 김씨 사이에 체결했다는 `이면계약서' 원본을 제시하고 막판에는 검찰이 회유를 시도했다는 김씨의 쪽지를 공개하는 등 미국 현지에서 김씨를 측면지원했다.

에리카 김은 코넬대를 졸업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옵셔널벤처스 이사로 법률자문을 했었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