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김우중이 대우그룹의 모태가 된 대우실업을 창업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꼭 40년 전인 1967년이었다.

15년 뒤 ㈜대우로 간판을 바꿔 단 이 회사는 1980~90년대 '수출 한국'의 선봉에 서며 '한강의 기적'을 일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그러나 '공신'이 '역적'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

10년 전 찾아온 외환위기는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앗아갔고 사람들은 외환위기를 불러온 '주범' 중 하나로 ㈜대우를 지목했다.

㈜대우는 1999년 8월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대우는 그렇게 '물렁물렁'한 회사가 아니었다.

이듬해 대우건설을 떼 내고 사명을 대우인터내셔널로 바꾸며 '제2창업'에 나선 지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더니 2003년 말에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탄력을 받은 대우인터내셔널의 '고공 비행'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 3분기까지의 실적(매출 5조9143억원,영업이익 898억원)이 2003년 한 해 동안 거둔 성적(매출 4조1307억원,영업이익 780억원)을 훨씬 넘어섰을 정도다.

1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최근 5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예전의 자신감을 되찾은 대우인터내셔널은 이제 "5년 뒤에는 매출 15조5000억원에 4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겠다"고 공언할 정도가 됐다.

미얀마 가스전의 천연가스 판매치를 더하지 않고도 5년 만에 덩치를 두 배 이상 키우겠다는 것.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대우인터내셔널의 저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강영원 사장은 주저 없이 '사람'을 꼽았다.

실력 있는 인재들 덕분에 위기 상황에서도 기존 거래선을 잃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바이어를 찾을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대우인터내셔널의 과장급 이상 임직원 중 75%는 해외 근무 경험이 있는 '무역 전문가'들이다.

49개국 106개에 달하는 방대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는 이들이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터전이 됐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종합상사답게 방대하다.

철강ㆍ기계ㆍ화학 제품 등을 수출ㆍ수입하는 사업은 기본.국내 종합상사 중 유일하게 방위산업 물자를 수출하는 전담 조직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대우인터내셔널의 수많은 사업 중 세인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부문은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다.

미얀마 가스전이 '대박'을 터뜨린 덕분이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개발한 광구 가운데 가장 큰 미얀마 가스전(A-1 및 A-3광구)의 총 원시 매장량은 5조4000억~9조1000억입방피트(ft³),가채 매장량은 4조5000억~7조7000억입방피트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6~9년 동안 쓸 수 있는 물량으로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지분을 60%나 보유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우선협상 대상국인 중국과 이른 시일 내 가스 판매 계약을 맺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설 투자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3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총 시설 투자비 중 대우인터내셔널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절반 정도.대우인터내셔널은 영업이익 등을 통해 차곡차곡 쌓이는 내부 유보금과 내년 상반기 중 상장될 교보생명 주식(24% 보유ㆍ주당 25만원 산정시 시가 1조2000억원 수준)을 처분해 투자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시설 투자가 완료되면 2011년 하반기부터 천연 가스를 하루 6억입방피트씩 생산하게 된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물리 탐사 결과 A-3광구에는 미얀마 가스전 외에 신규 유망 구조가 3개 더 있고 A-1광구 서부 지역과 AD-7광구에서도 탐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가스전 수익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페루의 원유 광구에 투자해 지난해 760만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오만에선 LNG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1350만달러를 거머쥐었다.

올 들어선 '자원개발 수익 리스트'에 베트남 해상 광구 원유 판매 수익이 더해졌다.

4.8%의 지분을 보유한 대우인터내셔널은 매년 베트남 광구에서 100만~200만달러의 순이익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광물자원 개발 사업도 에너지 사업 못지않은 대우인터내셔널의 자랑거리다.

특히 2010년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가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광산(지분율 2.75%)은 최근 몇 년 새 니켈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박'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태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암바토비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니켈 제련에 필요한 1억8000만달러짜리 열병합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도 '덤'으로 따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 밖에 우즈베키스탄의 자파드노 금광과 캐나다 베이커레이크의 우라늄 광에도 투자해 놓은 상태다.

강 사장은 "오는 2012년 현재 주력 사업인 무역 부문은 부가가치가 높은 3국 간 거래 및 복합무역 위주로 바뀔 겁니다.

자원개발 부문은 전체 영업이익의 50~60%를 담당하는 핵심 사업부가 되겠죠.최근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해외 민자발전소 건립 등 '프로젝트 오거나이징(기획)' 사업과 IB(Investment Bankㆍ투자은행) 업무도 그때 쯤이면 자리를 잡을 거예요.

물론 매각이란 큰 변수가 있긴 합니다만….그래도 해외에서 더욱 알아주는 '대우' 브랜드만은 계속 유지될 걸로 믿습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