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후원자면 다입니까.

일반 시민은 기내에서 조금만 잘못해도 엄격하게 처벌하면서 노 대통령 후원자라고 경찰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접하니 정말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부산시 수영구 개인사업자 신모씨)

노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통하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만취상태로 대한항공 기내에서 소란을 피웠으나 경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조사를 하겠다고 해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발생했던 박 회장의 항공기 내 소란행위에 대해 경찰은 관련 사실을 인지한 뒤 적합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도 불구,"항공사의 직접적인 피해신고가 없었다"며 사건을 덮으려 했었다.

경찰은 조사는커녕 만취한 채 공항 의전실에서 휴식을 취하던 박 회장의 의전과 달래기에만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규 부산지방경찰청장도 4일 기자간담회에서 "항공사 측의 신고나 처벌의사 전달이 없었고,피해자가 없어 수사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해당 항공사 기장과 승무원을 조사한 뒤 위법 사실이 밝혀지면 박 회장에 대한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한발짝 물러났다.

하지만 박 회장은 5일 오후 버젓이 김해공항공사 측의 의전을 받으며 일본을 거쳐 베트남 공장에 간다며 출국해버렸다.

이 같은 출국은 경찰이 위법성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이후 이뤄져 경찰 조사를 피해 출국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경찰은 2002년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승객들의 음주 및 휴대폰 사용,흡연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이 강화된 후 엄격한 법의 잣대를 적용해왔다.

실제 경찰은 지난 4월과 7월 기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웠거나 승무원의 제지를 무시하고 기내에서 휴대폰을 사용한 혐의로 탑승자를 불구속 입건했다.

하지만 '권력실세 회장님' 앞에선 경찰의 엄격한 잣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해공항 한 직원은 "국민의 편의와 안전보다는 실세 회장님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경찰을 보니 우리나라 경찰의 갈 길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부산=김태현 사회부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