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홍익대학교 앞 aA 디자인 뮤지엄.스포츠용품 브랜드인 아디다스가 내년 봄·여름 신상품 패션쇼를 통해 '아디 그룬'이란 이름의 친환경 의류를 선보였다.

내년 4월 전 세계에 동시 출시할 이 제품은 옷에 흙이 묻으면 미생물에 의해 지퍼까지 무해 물질로 분해되는 게 특징이다.

유기농 면,마,대나무 추출물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진 옷이 출시되고는 있지만 100% 흙으로 돌아가는 옷이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아디다스가 내놓은 '아디 그룬' 시리즈는 총 3가지다.

100%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옷,마 황마 대나무 등의 소재로 만든 옷과 함께 페트(PET)나 재생 타이어 등 재활용품으로 만든 옷도 내놨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내년 봄·여름 시즌을 시작으로 관련 상품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몸에 좋은 옷이란 개념을 넘어 다음 세대에게 좋은 환경을 남겨줘야 한다는 차원에서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값은 6만∼28만원 선이다.

단순히 가격에 따른 소비가 아니라 환경 등 가치를 소비하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패션 기업들마다 다양한 친환경 의류들을 내놓고 있다.

친환경 의류의 소비는 유럽,미국 등에선 상당히 보편화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올초 영국의 '뱀포드앤드썬즈'는 자연산 순면과 가죽을 소재로 활용하고 식물성 염료로 가공 처리한 신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지난 5년간 친환경 의류 시장의 성장률이 연 15%에 이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유아복 위주였던 친환경 의류가 정장,청바지,속옷 등 성인용으로 확산되고 있다.

헤지스는 올해 처음 유기농 소재로 만든 청바지를 선보였다.

더베이직하우스도 유기농 티셔츠 30여종을 최근 내놓았으며,팀버랜드는 지난해 유기농 면이 6∼15% 함유된 티셔츠를 내놓았다가 반응이 좋자 올해는 아예 100% 유기농 면으로 만든 티셔츠를 팔고 있다.

소재도 다양해 녹차,대나무,너도밤나무,코코넛,알로에,콩 등 천연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섬유들도 '친환경 패션'이란 이름으로 속속 출시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대나무 섬유와 나일론 스판 소재를 섞은 등산용 바지,대나무 섬유와 쿨맥스 소재를 섞은 티셔츠 등을 내놨다.

문제는 국내 패션업체들이 내놓는 친환경 의류엔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0% 유기농 제품이라고 선전하는 것들도 뜯어보면 거짓말인 경우가 많다"며 "원사가 유기농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염료 처리 과정에서 오염되곤 한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친환경 의류를 인증할 만한 기준이 없다는 것도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식품처럼 정부나 공신력 있는 기관이 친환경에 대한 인증을 해 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선 유기농 면을 비롯해 각종 기능성 소재를 사용했다고 광고를 하려면 네덜란드의 유니언컨트롤 등 인증기관으로부터 효능에 대해 인증을 받아야 한다"며 "국내에선 업체들이 마케팅용으로 근거 없이 친환경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류 수출을 위해서라도 친환경 의류에 대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