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로 소문났던 한 재미교포 젊은이와 그의 가족이 기자회견을 열어 한 말들은 결국 거짓말의 연속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검찰을 우습게 보고 입을 맞춘 한편의 가족 거짓말 퍼레이드였던 셈이다.

먼저 에리카 김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BBK의 실소유자"라고 주장한 것은 김경준씨의 실토로 거짓말로 결론났다.

그는 검찰조사에서 사실대로 말하면 형량이 줄어드느냐며 협상을 시도했고 자신이 100% 소유하고 있다고 자백했다.

에리카 김이 일부 언론을 통해 주장한 것과는 정반대 결과다.

심지어 김씨는 조사 과정에서 이면계약서 작성 시기조차 오락가락했다.

작성 시기를 2000년 2월이라고 했다가 2000년 5월이라고 말을 바꿨고 끝내 1년 뒤인 2001년 3월에 임의로 만들었다고 했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았다 제풀에 넘어진 결과다.

해외 투자를 유치했다는 주장도 친구를 속인 거짓말의 연속이었다.

AM파파스의 투자담당 이사로 LKe뱅크 대표이사로 등재된 래리 롱은 김씨가 다녔던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제일 친했던 친구며 실제 AM파파스LLC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소재한 생명과학 벤처회사였다.

김씨는 롱을 2001년 2월 한국으로 초청해 이 후보 및 그의 측근인 김백준씨와의 만남을 주선,해외 투자를 유치했다고 믿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롱은 자신이 LKe뱅크의 대표이사로 등재됐는지 현재까지도 모르고 있었다.

광은창투 인수 계약을 맺고 옵셔널벤처스코리아 대표이사가 된 스티브 발렌주엘라도 로스앤젤레스 'CDB'에 근무하는 실존 인물이지만 역시 자신이 대표이사로 등재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

또 다른 광은창투 투자자인 산드라 모어 넥스트스텝엔터프라이즈 대표 역시 에리카 김의 여비서였다.

발렌주엘라와 모어는 2001년 2월 김씨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지만 그저 여행 목적인 줄 알았을 뿐 자신들이 해외투자자로 소개됐는 줄 몰랐다.

김씨가 주가 조작을 위해 설립한 메드패턴트테크놀로지는 영화에서 따왔다.

주가 조작을 소재로 다룬 미국 영화 '보일러룸'에서 주인공 세스(지오바니 리비시)는 회사의 주가 조작 행위를 확인하기 위해 주식 매매를 주선한 회사를 찾아가지만 아무런 실체가 없는 유령회사임을 확인한다.

영화에 등장했던 유령회사 이름이 메드패턴트테크놀로지였고 김씨는 그 대표이사로 영화 주인공의 실제 이름을 썼던 것이다.

검찰은 김씨의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사무실에서 '보일러룸' DVD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김씨가 주가 조작을 시도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