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불과 2주여 앞두고 대선구도가 '이명박 대 반이명박 구도'로 압축됐다.

검찰이 5일 BBK사건 수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준 데 대해 '한방'을 기대했던 나머지 후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범여권은 물론 심지어는 정통보수진영의 대표주자를 자처한 이회창 무소속 후보까지 반 이명박 전선에 가세하는 형국이다.

노선과 이념의 차이를 넘어 '이명박 대세론'을 깨기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한 모양새다.

◆격화되는 정치공방=검찰의 발표로 대선의 최대 뇌관으로 꼽혔던 BBK 문제는 더이상 대선정국을 좌지우지할 '변수리스트'에서는 빠졌지만 검찰수사의 공정성 여부를 둘러싼 정치공방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통합민주신당과 이회창 후보,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측이 "검찰 수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특검 발의 등을 내세워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고 이에 한나라당도 일대 반격을 준비하고 있어 긴장감은 한층 고조되는 형국이다.

양측은 특검법 처리를 놓고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반이측은 수사결과 발표 하루 전인 4일 "검찰이 이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회유했다"는 내용이 담긴 김씨측의 메모를 근거로 "검찰이 이 후보를 노골적으로 편든 짜맞추기 수사"라고 주장하면서 유세일정을 중단하고 항의집회와 시위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 김경준씨 가족의 추가 폭로도 이명박 대 반이명박 구도를 첨예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 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이 기자회견을 갖고 또 다른 의혹을 폭로할 것임을 예고했다.

내용에 따라서는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에리카 김이 이 후보와의 사적 관계를 폭로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외부인사 거취 가닥=검찰수사로 대선구도가 보다 분명해지면서 외부인사 영입도 자연스럽게 교통정리되는 양상이다.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는 검찰 발표 직후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강재섭 대표에게 잇따라 전화를 걸어 "정권교체를 위해 많이 돕겠다"며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김 전 총재는 한나라당이 충청권 세몰이를 위해 계획 중인 7일 대전 집회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여야 모두로부터 영입제의를 받아온 조순형 무소속 의원에 이어 고건 전 총리도 중립을 지키기로 했다.

고 전 총리는 5일 "지난 1월 대선 불출마 및 불관여 원칙을 밝힌 바와 같이 이번 대선에서 특정 후보 지지 등 선거와 관련한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김덕봉 전 총리공보수석이 전했다.

정근모 참주인연합 후보는 조만간 이회창 후보 지지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변수=남은 변수는 범여권 후보 단일화와 TV 토론 정도다.

현재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간의 단일화 협상은 양측 모두 절박한 처지라는 점에서 시간문제다.

말 한마디,행동 하나하나가 표와 직결되는 TV토론은 파괴력이 크다는 점에서 모든 후보가 준비에 올인하고 있다.

결국 이번 대선은 '이명박 대세론' 속에 범여권 단일 후보와 이회창 후보간의 3파전 구도로 전개되면서 각종 정책과 의혹을 놓고 공개 토론을 벌이게 되는 세차례의 TV 토론을 통해 승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