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지난 3일부터 사흘간 경제공작회의(경제운용회의)를 열고 은행권이 내년에 늘릴 수 있는 신규 대출 규모를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쪽으로 내년도 경제 정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5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내년 신규 대출은 13%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내ㆍ외자 은행의 신규 대출금은 3조5050억위안(4740억달러)에 이른다.
당국이 올해 초 정한 증가율 억제 목표치인 15%를 뛰어 넘어 18%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 대출억제 카드 왜 쓰나
중국이 은행의 대출 억제란 강력 처방을 펴는 것은 금리 정책만으로는 중국의 경기과열과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사회과학원이 이날 발표한 경제청서(전망)에 따르면 올해 중국 경제는 11.6% 성장할 전망이다.
1994년에 기록한 13.1%에 이어 13년 만의 최고치가 된다.
내년에도 10.9% 성장,6년 연속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은 올 들어 다섯 차례 금리를 올리고 아홉 번 은행의 지불준비율을 상향 조정했으나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아예 돈이 흘러들어오는 물꼬를 틀어막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생각이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미 시중은행들에 신규 대출을 지난 10월 말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를 지키지 않고 대출을 늘리는 은행에 대해선 인민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강제 인수토록 하는 등 행정 제재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국제금융공사 하지밍 수석연구원은 "대출 억제는 금리 인상보다 시장에 직접적이고 강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규제+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신화통신은 이날 끝난 경제공작회의의 최우선 과제도 과열 예방책이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익명의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투자열기를 진정시키고 은행 대출을 조이며,폭증하는 무역흑자를 줄이고 인민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공산당과 정부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댔다"고 전했다.
공작회의에서 결정난 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통상 향후 3년간의 경제운용 방향을 정하는 자리다.
이와 관련,사회과학원의 천지아귀 부원장은 "중국 경제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올해 25.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을 내년엔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내년 대출 억제책은 물론 금리와 지급 준비율 인상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나설 전망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유병연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