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케이션 시티 건설에만 3조원 교육예산은 세수 관계없이 안줄여"

카타르가 2003년 말 도하의 외곽지역에 설립한'에듀케이션 시티(Education city)'는 중동의 '보스턴'으로 불리는 곳이다.

코넬 의과대학,카네기멜론대 경영대학,조지타운대 국제관계대학,버지니아주립대 응용미술대학 등 미국 명문대의 분교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 국왕이 직접 나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약속해 미국 명문대학을 속속 유치해 왔다.

7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동 협력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쉐이카 아흐메드 알 마흐무드 카타르 교육부 장관을 만나 카타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등교육혁명에 대해 들어봤다.

알 마흐무드 장관은 교사 출신으로 2003년부터 교육부장관직을 수행해온 중동지역(걸프지역 협력기구 가입국 기준) 최초의 여성 각료이다.


■ 다음은 알 마흐무드 장관과의 일문 일답.

―지금까지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고등교육(대학)에 대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다. 갑자기 대대적으로 대학에 투자를 하는 까닭이 궁금하다.

"카타르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 등 대부분의 중동국가들이 최근 들어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글로벌 인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석유자원이 떨어진 이후를 대비한다는 목적도 있다.

9·11 사태 이후 중동인의 미국 유학이 어려워진 것도 자체적인 교육시설을 만들게 된 간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카타르의 경우 고등교육에 어느 정도 투자하고 있는가.

"외국대학 유치를 위해 만든 에듀케이션 시티의 건설에만 3조원 이상을 썼다.카타르는 내국인의 대학 등록금을 전액 국가가 대고 있는 만큼 학비 관련 예산은 별도다. 카타르는 최근 교육예산은 석유의 가격이나 세수 경기 등에 관계없이 줄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만큼 교육을 중요시한다는 뜻이다."

―에듀케이션 시티는 어떤 의도로 기획됐나.

"백화점식 단과대학 타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세계의 명문대학이 운영하는 단과대학 중 카타르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대학들을 골라 유치했다.

대학 부지는 도하 외곽에 있는 알샤카브 지방에 1000만㎡ 규모로 만들었다.

에듀케이션 시티에 들어오는 대학들에는 학교 건립부지를 제공하고 세금을 감면해 주는 등 국가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현재는 코넬 의과대학,카네기멜론대 경영대학,조지타운대 국제관계대학,버지니아주립대 응용미술대학,텍사스 A&M대 공과대학 등 미국 대학들만 입주했지만 곧 프랑스 등 미국 이외의 대학도 유치할 계획이다.

계기가 되면 한국 등 아시아 지역 국가의 대학도 유치하고 싶다."

―에듀케이션 시티 안에 있는 대학에는 주로 어떤 학생들이 입학하나. 외국인 학생들도 많이 있나.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한 입시를 통해 엘리트를 선발한다.

이렇게 선발한 인재에게는 졸업 뒤 석유관련 기업 연합체와 국가가 일자리도 알선해 준다.

입학만 하면 취업까지 보장해 준다는 뜻이다. 해외 학생의 비율은 40% 정도다.

대부분 GCC(걸프지역 협력기구) 가입국가 학생들이다.

오만이나 팔레스타인 등 가난한 국가의 학생,뛰어난 학업성취도를 보이는 학생 등에게는 내국인처럼 국가에서 장학금을 주며 별도로 관리한다.

카타르에는 석유관련 기업들이 많은데 모두 인재가 부족하다. 현재는 이 분야의 인재를 공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에듀케이션 시티에 대한 중간평가를 해 본다면.

"현재까지는 성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수의 중동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벤티마킹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이곳을 방문했다. 2008년까지 대규모 컨벤션센터 쇼핑몰 등을 에듀케이션 센터에 건립하고 유치 대학의 개수도 늘린다면 가까운 장래에 중동지역의 교육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글=송형석/사진=김병언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