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수도권까지 확산되면서 건설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상황이 워낙 나빠 새해가 코앞에 다가온 지금도 내년 주택 공급 계획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업체가 부지기수다.

더욱이 자금사정이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커 "내년이 더 걱정"이라는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특히 건설업체들엔 '미입주 아파트'가 늘고 있다는 점이 큰 걱정거리다.

아파트가 완공됐는데도 계약자들이 입주하지 않으면 잔금을 받지 못하고 이는 곧바로 자금압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건설사 중에는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 계약금·중도금을 대폭 줄이는 대신 통상 분양가의 20~30%였던 잔금 비중을 크게 높여 놓은 곳들이 많다.

미분양이 장기화되고 있는 지방권 분양단지는 대부분 잔금 비중이 50~80%나 되기 때문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입주 아파트는 '준공 후 미분양'과 달리 공식 통계에도 잡히지 않지만,미분양이 쌓여 있는 부산·대구 등에서는 지역별로 1만가구를 넘어섰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올해 부도 처리된 일반 건설업체는 지난달 말 현재 109개사로 지난해(106개)보다 많다.

특히 11월에만 20개사가 도산했다.

아파트 시공만 주로 맡는 대형 건설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고,시행사 대신 지급보증을 선 중도금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악성 미분양 물량을 떠안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톱5 안에 드는 대형 업체들도 일부는 6000가구 이상의 미분양 물량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다보니 내년 공급계획을 확정한 업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주택전문 중견 건설사인 월드건설은 올해 12개 단지에서 5400여가구를 공급했지만 내년에는 경기도 평택 1곳밖에 없다.

동문건설도 올해는 70%인 3600여가구를 공급했지만 내년 공급물량은 올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수주 등을 통해 3~4년치 일감을 확보해 놓은 대형 건설회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1만4000여가구를 공급한 GS건설의 경우 내년에는 8000가구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건설 역시 내년에는 올해 목표치(8500가구)보다 2000가구 안팎 공급이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규제 때문에 기존 주택과 신규 분양 시장을 동시에 옥죄면서 출구가 완전히 막혀 있다"며 "대출규제와 전매제한 완화 등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