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은 으레 전쟁터에 비유된다.

상대를 제압하지 못하면 자신이 거꾸러지기 때문에 추태와 비방이 난무하고 이판사판 싸우기 일쑤다.

흥분하고 분노하는 탓에 때로는 자제력을 잃고 자신의 이미지를 단박에 망가뜨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각박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정치인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유머를 꼽고 있다.

링컨이 상원의원에 출마했을 때다.

상대 후보가 링컨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고 몰아세웠다.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은 링컨은 "내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면,이 중요한 자리에 내가 왜 이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느냐?"고 반문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고 분위기가 이내 반전됐음은 물론이다.

처칠의 유머 역시 멋들어진다.

상대후보가 늦잠자는 게으름뱅이라고 인신공격했다.

그러자 처칠은 "당신도 나 같이 예쁜 마누라를 가졌다면 일찍 일어나기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특히 정치인들이 존경하는 링컨이나 처칠은 이렇듯 뛰어난 유머감각을 가진 유머리스트들이었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유머'가 화두로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공화당 예비후보로 나선 무명의 허커비가 일약 선두로 올라선 것은 순전히 그의 풍부한 유머 덕분이라고 한다.

최근 TV토론에서 "예수가 사형제도를 찬성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예수는 우리보다 훨씬 똑똑한 분이기 때문에 멍청하게 선거판에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변,청중들의 갈채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유머는 긴장을 풀어주고 시선을 한군데로 모아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상대의 예봉을 꺾고 자신의 방어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자신의 실수도 자연스레 비켜갈 수 있는가 하면,갈등을 해소시키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도 유머의 힘이다.

10여일을 앞둔 우리 대통령 선거가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폭발 직전의 형국이다.

상대방에 대한 아량은 고사하고, 유머 한마디 없는 선거판이기에 더욱 부끄러워진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