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의 평생 좌우명은 '죽어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자문(自問)이었다.

오스트리아 빈의 김나지움 종교담당 신부가 "50세가 될 때까지 이 말에 대답할 수 없다면 너희는 세상을 헛산 것이 될 게다'라고 한 말은 10세 된 소년의 삶에 깊은 여운을 남겼고,그 후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됐다.

실제로 드러커는 저서('비영리단체의 경영' 1990년)에서도 이런 좌우명을 피력하고 있다.

"'죽은 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내 환자가 죽은 후 검시관이 '망자는 정말 최고의 치과의사에게 치료받았군'이라고 해줄 만한 치과의사이고 싶다는 이와 대충 시간을 때우는 의사,두 사람의 인생 가치는 천양지차가 아니겠는가."

좌우명에 관한 한 드러커는 정말로 행운아였다.

2005년 11월 96세 생일을 일주일 앞두고 타계하자 전 세계 340개 언론은 큼지막한 부음기사를 통해 그의 죽음을 전했다.

드러커는 생전에 자기의 말이 옳았음을 세상사람들이 인정한 것은 물론 자신도 그것을 직접 확인하고 이 세상을 떠났다.

살아 생전에 '내가 죽어서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를 직접 지켜본 셈이다.

그것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했듯,드러커는 경영학을 발명한 사람'이라는 최상의 헌사였다.

드러커 소개와 번역에 힘써온 이재규 전 대구대 총장이 '피터 드러커의 인생경영'(명진출판)을 새로 펴냈다.

대학시절 드러커의 저작에 반했고 1992년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번역을 계기로 드러커를 첫 대면한 이래 그를 쭉 지켜봐온 저자의 '드러커 사랑'이 그득하다.

앞서 '피터 드러커 평전'(2001년)을 펴낸 그는 이번 책에서 오스트리아 빈과 함부르크,런던,뉴욕,클레어몬트까지 드러커의 궤적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의 삶과 작업을 자유롭게 반추하고 있다.

드러커는 일흔살 되던 해 자서전 성격의 '방관자의 모험'(1978년)을 썼지만,그 후 25년을 더 살았고 또 워낙 "어떻게 살았는가는 중요치 않다"는 성격이어서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이 책은 그런 공백,특히 만년의 드러커를 충실히 전하고 있다.

드러커 타계를 계기로 한 기획의 제약상 드러커 자신의 구술보다는 시대상황과 주변환경 설명에 치우친 부분도 있지만 평전에서 다루지 못한 드러커 삶의 편린들을 찾아 읽는 재미가 있다.

책 말미에는 드러커 연구를 위한 연표와 저작 목록이 실려 있다.

336쪽,1만8000원.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