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집권 이후 최초로 친서를 통한 '메시지'를 전달함에 따라 중간 고비에 놓여있는 북한 비핵화 협상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의 친서 전달은 미국이 북한과 관계 개선에 대해 진정성과 실천 의지를 분명히 갖고 있다는 것을 최고위층에서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분석이다.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6일 "북한이 비핵화를 밟아나가는 과정,또 이를 완료하는 시점에 미국이 북한과 관계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강조한 것"이라며 "원칙을 재확인한 것도 있고 부차적인 내용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와 핵물질 신고를 완료하는 것과 동시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양국 간에는 내년 중 핵폐기와 수교 협상을 시작한다는 데 원칙적인 합의도 돼 있다.

북한이 부시 대통령의 친서 사실을 공개한 데 대해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친서에서 밝힌 희망 사항을 접수했으며,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또 "(6자회담 등)협상에서 일탈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비핵화 협상은 현재 다소 정체된 상태다.

북한이 연말까지 하기로 한 것 중 영변핵시설에 대한 불능화는 순조롭게 진행 중인 반면 '핵신고'는 기준을 놓고 북·미가 대립 중이다.

이를 두고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6일 대한상의 초청 강연에서 "북한 핵문제가 고비에 있다"며 "북한의 핵신고 부분은 진전이 아직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이 파키스탄 등에서 수입한 우라늄농축용 장비를 어디에 썼는지를 문서나 구두로 전면 신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고서에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미국에는 밝혀줘야 한다는 태도다.

북한은 플루토늄을 위주로 신고하고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은 입장 해명만 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크리스토퍼 힐 미국 차관보의 방북 기간에 UEP 문제를 설명했으나 미국의 기대에 부응이 안 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북한 방문 직후인 지난 5일 베이징에서 "수입 기록이 있다.

북한이 관련 프로그램을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과 과거에는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는지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UEP 문제가 극복하기 곤란한 수준이라고는 보지 않지만 북한이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고 해서 태도를 하루이틀 사이에 바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