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5년간 동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놨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6일 신용 경색을 해소하고 주택시장 침체를 막기 위한 응급대책을 직접 발표했다.

▶한경 12월5일자 A1,3면 참조

이에 따르면 대출금 상환 부담이 갑자기 커져 신용 불량 위기에 직면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현 수준에서 5년간 동결해 주기로 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80%가량은 처음 2년간 낮은 금리가 적용되다가 3년째부터 금리가 3~5%포인트 올라가는 '변동금리부 모기지(ARM)'다.

내년에 금리가 급격히 올라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3620억달러에 달한다.

이를 방치할 경우 상당액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와 내년 200만가구가 이자를 못 내 집을 압류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게 행정부 추산이다.

이에 따라 대출을 받은 지 3년이 지나 이자 부담이 갑자기 커지는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현 수준의 금리만 부담토록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다.

대상은 2005년 1월부터 2007년 7월까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다.

최악의 신용시장 위기를 맞은 만큼 시장 원리에 반하는 특단의 처방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금리 동결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현재 소유하고 있는 주택에 실제 거주하고 있는 대출자들에게만 혜택을 주기로 했다.

미 재무부는 또 주정부나 지방정부로 하여금 비과세 채권을 발행해 주택 압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나섰다.

이번 대책으로 당장 위기에 빠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은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집을 압류당하는 가구가 감소함에 따라 모기지 부실이 줄어 금융사들의 피해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침체에 빠진 주택 경기와 소비 성향 등을 되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행정부의 기대다.

하지만 한시적인 대증처방인 만큼 신용위기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많다.

금리를 동결하는 것은 고통을 잠깐 유예하는 '면피용 대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소송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에 투자한 사람들은 금리 동결로 수익률이 하락하게 됐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지배하고 있는 미 의회가 이 대책에 적극 협조할지도 미지수다.

의회는 연방주택국(FHA)의 보증 한도를 늘려달라는 행정부의 요구를 한 차례 부결시킨 바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