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 해 채용시장에는 적잖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특히 대기업에선 글로벌 업무 능력을 지닌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면접에 대한 잣대가 엄격해졌고 'TOEIC'으로 대표되던 영어시험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또 경기침체 등으로 채용 규모가 축소되는 등 취업경쟁도 치열해 졌다.

취업포털 커리어와 잡코리아,인크루트 등이 선정한 올해 취업시장 주요 트렌드를 통해 내년도 채용시장을 가늠해보자.


<1> '말' 영어 : 영어 면접이 대세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대기업의 60.7%,외국계기업의 62.2%가 영어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LG전자,현대·기아차,KT&G,포스코,굿모닝신한증권,현대건설,한진중공업 등 왠만한 대기업에는 영어면접이 필수코스가 됐다

삼성그룹은 2003년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때부터 영어 회화력 평가 우수자에 대한 가점을 적용해왔다.

지난해 가을부터 영어회화 능력이 떨어지면 면접시험에서 불합격 처리하는 등 영어 회화 능력에 대한 중요성을 높여가고 있다.

내년부터는 '벙어리 영어' 퇴출을 위해 기존 'TOEIC'을 대신해 회화 능력을 테스트하는 시험인 'OPIC'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LG전자도 올 상반기 대졸사원 공채부터 지원자들이 성적표에 낸 성적만큼 진짜 영어 실력이 있는지를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2006년 상반기 공채부터 원어민을 면접관으로 기용했다.

회화 가능 여부를 판단하며 최저 기준 미달자는 탈락시킨다.

현대중공업,GM대우,포스코,STX그룹 등도 영어 면접 비중을 강화하고 있다.

<2> 50대 1 : 취업경쟁력 갈수록 껑충

취업포털 커리어에 따르면 올 하반기 공채를 실시한 62개 기업의 경우 8874명의 인원을 채용하는데 총 45만245명이 지원해 평균 취업경쟁률이 51 대 1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기업 중 100 대 1이 넘는 취업경쟁률을 기록한 기업은 전체의 45.2%(28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중 200 대 1 이상은 9.7%를 차지했다.

특히 올해는 주요 대기업의 채용 규모가 전년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어 입사경쟁률이 더욱 거셌다.

인크루트 조사 결과 삼성은 올해 공채 규모를 지난해보다 20% 이상 줄였고 LG 역시 예년 수준을 밑도는 채용을 했다.

주요 10개 그룹 전체적으로 올 하반기 채용이 6.3% 줄어들었고 상장사 전반의 채용 규모도 전년 대비 9.8%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도 주요 기업 취업경쟁률은 올해보다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3> 역량면접 : 실제상황 대응능력 중시

대기업들이 지원자들의 역량을 면밀히 평가하기 위해 '역량면접'을 강화한 것도 주목할 점이다.

역량면접은 업무상 일어날 수 있는 가상 상황에 대한 대응방법이나 과거의 업무 경험 등을 탐색해 지원자의 미래성과를 예측,평가하는 면접 방식이다.

CJ는 1시간가량 진행되는 역량면접에 면접관 2명이 지원자 1명을 놓고 질문을 쏟아낸다.

창의적 사고와 분석적 의사결정,팀워크 등 5가지 역량이 초점이다.

LG전자,교보생명,농수산물유통공사 등은 역량면접으반기부터 역량면접을 도입했다.


<4> 여성파워 : 금융사 채용 절반 넘어

'알파걸'과 '여성 상위시대'란 용어가 일반화되면서 여성인력 채용이 해마다 늘고 있다.

금융권에서 여성인력 진출은 더욱 돋보인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올 6개 업종 167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인력 채용 현황을 파악한 결과 여성 채용인원 수는 과반수 이상인 59.5%에 달했다.

GS칼텍스도 신입사원 중 여성 비율이 20%를 넘어섰고,삼성물산 상사부문도 22%에 이르렀다.

삼성물산은 앞으로 공채 때마다 전체의 30%를 여성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민간기업의 여풍(女風)에 뒤질세라 중앙인사위원회의 2007년도 6급 견습직원 채용에도 지원 여성이 과반수를 넘었다.


<5> 88만원 : '뜨거운 감자' 비정규직

한 달에 88만원밖에 못 받는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88만원 세대'.비정규직은 올해 7월 비정규직법안 시행 결과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됐을 뿐 아니라 취업시장에서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현재 금융,유통,보건의료업 등의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에서 무기계약 전환이 이미 이뤄졌고 올해 말까지 10만명 이상의 기간제 비정규직 근로자가 무기계약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비정규직 비중도 늘고 있어 구직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