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PB센터와 거래하고 있는 L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1996년 친구인 강남아줌마 4명과 함께 경기도 용인 수지 지역에 약 3300㎡(1000평)짜리 토지를 8억원에 공동 명의로 매입했다.

그런데 얼마 전 이곳에 아파트 건설을 하려는 한 주택건설 업체가 "땅을 팔아줄 것"을 요청해왔다.

땅값으로 총 85억원 정도를 제안했으니 1명당 15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는 '대박'을 쳤는데도,L씨는 요즘 마음이 편치 않다.

바로 양도세 중과 규정 때문이다.

L씨와 친구들은 수지 지역에 살고 있지 않아 부재지주에 대한 양도세 중과(양도차익의 60% 적용) 대상이다.

부재지주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땅값 급등을 막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것으로 L씨가 이 땅에 투자할 당시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더구나 L씨는 2001년 공동 투자자 중 한 친구가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이번 기회에 땅을 매각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던 적이 있어 더욱 억울해 하고 있다.

'그때 내말대로 팔았으면,지금같이 난감한 일은 없지 않으냐'며 쏘아붙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친구 사이가 나빠지는 일은 피하고 싶어 속으로 삭히고 있다.



여러 사람이 투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공동 투자는 소액으로도 고가의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큰손'은 물론 '개미' 투자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전문적인 지식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정보와 투자 노하우를 공유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투자자 간에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많아 역설적으로 가장 하기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공동 투자를 할 때는 투자 이전에 안전장치를 확실히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자기간 수익배분 방법은 물론 투자기간이 끝나기 전에 지분을 처분하려는 사람이 생길 때 해당 지분을 누가 인수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을 협약서에 명기한 뒤 공증을 해둬야 뒤탈이 없다.

공동 투자 참여 인원은 적을수록 좋다.

투자자가 너무 많으면 의사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투자 대상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리더를 둬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등기를 특정 개인 앞으로 할 경우 임의로 처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명의는 반드시 공동으로 하는 게 안전하다.

최근 세금 규제가 강화돼 투자의 '복병'으로 떠오른 점도 감안해야 한다.

주택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취득 단계에서는 공동 투자를 한다고 해서 절세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나누어 계산하나 합쳐서 계산하나 세금 액수는 똑같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보유 단계에서도 재산세의 경우 절세 효과가 없다.

주택별로 계산해 지분 비율대로 분배하기 때문이다.

종부세는 세대별로 묶어 세금을 계산하므로 동일 세대원과 공동 투자할 때는 절세 효과가 없고,별도 세대원과 공동 투자를 할 때는 세금이 줄어든다.

문제는 처분 단계에서 발생한다.

지분 형태로 보유한 주택도 주택 수에 포함돼 양도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예컨대 기존에 집이 한 채 있는 사람이 아파트에 공동 투자한 뒤 처분할 경우 2주택자 양도세 중과 세율(50%)이 적용된다.

이런 식으로 공동 투자를 진행하는 각 과정에 따라 내가 부담할 세금이 어느 정도인지를 투자하기 전에 면밀히 파악해 나서는 게 좋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에 근무했던 K씨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절친하게 지내던 친구 7명과 투자모임을 결성해 수도권 택지지구의 상가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다 최근에는 아예 회사를 때려치우고 전업 투자자로 나섰다.

K씨는 "공동 투자의 경우 조달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데다 잘만 하면 친구들끼리 우정을 돈독하게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그러나 실패할 경우 평생 의리에 금이 갈 수도 있는 만큼 투자 이전에 확실한 룰을 정해 놓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공동 투자를 꿈꾸는 개미 투자자들이 한번쯤 새겨 들어야 할 얘기가 아닌가 싶다.

< 김재한 국민은행 방배PB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