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총재 '시장금리 상승 용인' 발언에

이성태 총재는 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 목표치(연 5.0%) 동결을 결정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금리상승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만큼 당분간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총재는 최근의 금리 오름세에 대해 "일면 경제논리로 설명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장의 가격원리가 작동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외여건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콜금리 목표치를 추가로 올리진 않겠지만,물가상승 압력과 유동성 팽창이 여전한 상태에서 금리 상승을 용인하겠다는 방침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최근의 금리 급등과 관련, "우리 시장이 이 정도의 단기적 변동의 진폭은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한은의 입장을 거들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와 한은의 입장에 비춰 시중금리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상승 경제에 타격 없어"

이성태 총재는 최근의 금리가 높아진 이유로 '경제실적이 좋아진 점'과 '국제금융시장으로부터의 충격' 두 가지를 들었다.

이 총재는 "지난 2분기와 3분기 경기가 좋아졌고 물가상승률도 높아졌다"며 "어느 정도의 금리상승은 경제논리로 설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가 좋아져서 자금수요가 늘고 금리가 오른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해석이다.

이 총재는 또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파장에 대해선 "외화자금을 구하기 어려워진 게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일시적인 충격에서 오는 것은 시장에서 시간이 가면서 흡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특히 "중기대출 가계대출에 대한 연체율이나 부도율,실물쪽의 수요 생산 지표로 볼 때 최근의 금리상승이나 금융불안 때문에 경제가 정상적인 운행을 못하고 있다고 볼 만한 징후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유동성 증가세도 여전하다.

지난달 중소기업 대출은 8조6000억원이 늘어 사상 최대 증가율을 보였고 10월 중 광의유동성(L)도 12.8%나 급증했다.

그동안 콜금리 목표치를 7,8월 두 차례나 올렸지만 은행들의 대출경쟁과 외화자금 유입으로 통화정책에 제약을 받았던 한은 입장에선 경제에 큰 타격만 주지 않을 정도면 원인이 어떻든 간에 금리상승이 오히려 더 반가운 셈이다.

이 총재도 "금리가 당분간은 지난 상반기보다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중금리가 더 올라 대출이 감소하고 위험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낮아져 은행예금으로 자금이 다시 돌아오는 등 시장 자체의 조정이 이뤄질 때까지 한은이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외여건 불안해도 경기 상승세

한은 총재는 국내 경기에 대해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이후 국외여건이 상당히 좋지 않지만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고 수출도 여전히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상승기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도 경제성장 전망에 대해서도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로 보면 상반기 4.9%, 하반기 4.4%로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기 대비로는 내년 상반기나 하반기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물가의 경우 상반기는 소비자 물가 기준으로 목표치 상단인 3.5%에 가까운 수준이 되겠지만 하반기에 가서는 3% 수준으로 다소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국제유가와 미국경기 등 대외여건의 불안을 우려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