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뉴타운 청약에서 예비 당첨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면 비록 본 당첨에 실패했더라도 기대를 가져 볼 만하다.

정식 당첨자들의 상당수가 계약을 포기할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은평뉴타운은 청약 가점이 65점은 넘어야 당첨권에 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올해 분양 시장의 핵으로 평가받아 왔다.

당첨만 되면 전용면적 85㎡의 경우 대략 1억5000만원 정도의 웃돈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이런 마당에 무슨 계약 해지가 나오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파트 공사를 80% 정도 마치고 공급되는 후분양 아파트가 바로 예기치 못한 미계약 물량 발생의 원인이란 것이다.

아파트를 거의 지어놓고 분양하는 탓에 계약금을 내고 잔금까지 치러야 할 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다.

분양대금 마련 기간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얘기다.

분양 대금은 전용면적 기준으로 △84㎡형(341가구)이 3억4742만3000원 △101㎡형(544가구)은 5억768만2000원 △134㎡형(516가구) 6억8207만7000원 △167㎡형(242가구) 9억554만5000원 등이다.

이렇듯 분양가가 만만치 않은데 반대로 돈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꽉 막혀 있다.

정부의 부동산 금융대출 규제로 당첨권 아파트를 담보로 내놓고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은 분양 대금의 40% 선이다.

나머지는 직접 마련하거나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을 이용해야 한다.

전용 85㎡형은 모기지론을 통해 집값의 최고 60%까지 대출받을 수 있지만 분양가가 6억원을 넘는 134㎡형 이상 주택부터는 그나마도 어렵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2금융권으로부터 돈을 융통하기는 큰 부담이다.

문제는 높은 이자를 부담할 각오를 하고 돈을 빌려 잔금을 치른 이후다.

금융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집을 팔려 해도 팔 수가 없다.

은평뉴타운 아파트는 4~6년간 전매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기존 집을 팔아 자금을 확보하려는 계획도 주택 거래시장 침체로 생각보다 어렵다.

일부 당첨자들은 고심 끝에 결국 계약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SH공사도 자금 마련에 차질이 생긴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예비 당첨자로 20%를 뽑기 때문에 일반인에게까지 기회가 돌아가기는 쉽지 않겠지만,예비 당첨자라면 충분히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