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일 잘나가는 CF스타 김태희와 연기파 배우 설경구가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된 영화 '싸움'(감독 한지승)이 오는 13일 개봉된다.

두 배우 모두에게 이번 영화의 의미는 남다르다.

김태희는 작년 데뷰작인 '중천'이 혹평 속에 흥행 참패를 한 터라 연기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절실하다.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의 무게있는 영화에 주로 출연해온 설경구는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첫 도전이다.

그렇다면 영화는 어떻게 나왔을까.

한마디로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대세다.

'싸움'은 근본적인 사고 방식의 차이가 있는 남자와 여자의 갈등을 다뤘다.

사정이야 어떻게 됐던 우선 사과와 위로의 말을 듣고 싶은 여자와 자신이 왜 굽히고 들어가야 하는지를 합리적으로 따져보는 남자의 대립이 그려진다.

그 갈등은 타협점을 잘 찾지 못하고,결국 무지막지한 쇠파이프 휘두르기와 도로 위에서의 막나가는 추격전 등 과격한 대결로 이어진다.

남녀 간의 타툼이 극한의 싸움으로 이어진다는 발상은 신선하지만 영화 자체의 정체성은 모호하다.

남녀 심리의 묘사가 진지하게 이뤄지지도 않고,그렇다고 한바탕 웃을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도 보여주지 못한다.

이렇다보니 배우들의 캐릭터 역시 잘 살아나지 않는다.

'까칠녀'로 파격적인 변신을 한 김태희는 '중천'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감정 연기의 폭이 좁아 보인다.

띠동갑인 김태희와 어딘가 잘 어울리지 않는 설경구의 '소심남' 연기 역시 빛을 발하지 못한다.

또하나 이 작품은 김태희가 CF모델인 휴대폰 '싸이언'부터 용산 현대아이파크백화점과 CGV까지 간접광고에 너무 공(?)을 들였다.

아예 스크린 전면을 채운 서울우유 광고가 나올 때는 '진짜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15세 이상.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