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프랑스 촌부(村婦) 베르트랑드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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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생(許龜生) < 서강대 국제문화원 부원장·역사학 >
프랑스 툴루즈 근처에 아르티가라는 조그만 마을이 있다.
16세기 이 마을에 베르트랑드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이 살았다.
그녀는 이웃의 마르탱과 결혼했지만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급기야 마르탱은 가출을 했고 8년이나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 남편이 돌아왔고 전과는 달리 그녀를 따뜻하게 사랑해주었다.
그녀는 그가 가짜란 걸 알아차렸지만 자기를 사랑해주는 그가 좋았다.
그렇게 3년이 지난 어느 날 그녀는 남편을 가짜라고 법원에 고발했다.
그래놓고 법정에서는 이 남자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
사실 그녀는 진짜가 돌아올 경우에 대비해 명분 쌓기로 그를 고발했지만 법원이 그를 진짜로 판결을 해주면 그들의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재판이 끝나갈 무렵 진짜가 나타나 그녀의 희망이 깨지긴 했지만,글도 못 읽는 촌부(村婦)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법제도를 이용하려 했던 것이 인상적이다.
전 국민을 혼란하게 만들던 이명박 후보의 BBK 관련의혹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언젠가부터 우리 대통령 선거에서 검찰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997년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한나라당이 당시 야당의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 의혹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문제를 대선 전까지 수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수사를 유보했는데 의혹의 사실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 김대중 후보를 도운 셈이 됐다.
2002년에는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80여 일 동안 수사한 뒤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이 후보는 이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검찰이 대통령을 결정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선 때마다 의혹이 제기되고 고소나 고발사태가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말할 필요도 없이 그것이 선거 판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16세기 무지렁이 베르트랑드의 경우와 행위 동기는 같지만 그 영향은 크게 다르다.
베르트랑드의 경우에는 사법기관의 판단이 그녀 자신의 이익에만 영향을 주지만,우리 대선후보의 경우에는 고소 고발의 당사자뿐 아니라 전 국민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경우에 따라서 능력 있는 대통령 뽑는 일을 그르치게 할 수도 있다.
이른바 검찰 등 사법기관을 정치적 문제에 끌어들이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선거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나라는 후진적 정치문화를 가진 곳뿐이다.
미국에서도 워터게이트나 화이트워터 등의 의혹이 제기됐지만 본격적인 수사는 선거 때가 아니라 당사자들의 대통령 재직기간 중 진행됐다.
이보다는 정치후진국의 오명을 쓰고 있는 대만의 경우가 우리에 가깝다.
2000년 총통선거에서 당시 집권당이던 국민당이 자기 당의 당비를 유용한 혐의로 무소속 후보인 쑹추위를 검찰에 고발했다.
쑹추위는 원래 국민당의 고위 당료 출신인데 렌쟌이 총통후보로 결정되자 이에 반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며 고발 당시에 롄잔보다 여론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쑹추위는 선거가 끝난 2001년 검찰에 의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2003년에는 천수이볜의 집권 민진당 진영이 그를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이 고발이 쑹추위가 국민당의 렌쟌과 러닝메이트로 출마하기로 확정된 직후에 나온 것이라서 정략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우리나라나 대만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통일이나 독립과 같은 이슈 이외에는 정당들이 차별화된 정책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후보들의 도덕성 검증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도덕성은 국가 지도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지만 그 때문에 선거에서 정책이 실종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의혹이 있으면 문제를 일찍 제기해서 밝힐 일이지 선거에 임박해서 소동을 일으키는 것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프랑스 툴루즈 근처에 아르티가라는 조그만 마을이 있다.
16세기 이 마을에 베르트랑드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이 살았다.
그녀는 이웃의 마르탱과 결혼했지만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급기야 마르탱은 가출을 했고 8년이나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 남편이 돌아왔고 전과는 달리 그녀를 따뜻하게 사랑해주었다.
그녀는 그가 가짜란 걸 알아차렸지만 자기를 사랑해주는 그가 좋았다.
그렇게 3년이 지난 어느 날 그녀는 남편을 가짜라고 법원에 고발했다.
그래놓고 법정에서는 이 남자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
사실 그녀는 진짜가 돌아올 경우에 대비해 명분 쌓기로 그를 고발했지만 법원이 그를 진짜로 판결을 해주면 그들의 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재판이 끝나갈 무렵 진짜가 나타나 그녀의 희망이 깨지긴 했지만,글도 못 읽는 촌부(村婦)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법제도를 이용하려 했던 것이 인상적이다.
전 국민을 혼란하게 만들던 이명박 후보의 BBK 관련의혹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언젠가부터 우리 대통령 선거에서 검찰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997년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한나라당이 당시 야당의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 의혹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문제를 대선 전까지 수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수사를 유보했는데 의혹의 사실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 김대중 후보를 도운 셈이 됐다.
2002년에는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80여 일 동안 수사한 뒤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이 후보는 이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검찰이 대통령을 결정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선 때마다 의혹이 제기되고 고소나 고발사태가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말할 필요도 없이 그것이 선거 판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16세기 무지렁이 베르트랑드의 경우와 행위 동기는 같지만 그 영향은 크게 다르다.
베르트랑드의 경우에는 사법기관의 판단이 그녀 자신의 이익에만 영향을 주지만,우리 대선후보의 경우에는 고소 고발의 당사자뿐 아니라 전 국민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경우에 따라서 능력 있는 대통령 뽑는 일을 그르치게 할 수도 있다.
이른바 검찰 등 사법기관을 정치적 문제에 끌어들이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선거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나라는 후진적 정치문화를 가진 곳뿐이다.
미국에서도 워터게이트나 화이트워터 등의 의혹이 제기됐지만 본격적인 수사는 선거 때가 아니라 당사자들의 대통령 재직기간 중 진행됐다.
이보다는 정치후진국의 오명을 쓰고 있는 대만의 경우가 우리에 가깝다.
2000년 총통선거에서 당시 집권당이던 국민당이 자기 당의 당비를 유용한 혐의로 무소속 후보인 쑹추위를 검찰에 고발했다.
쑹추위는 원래 국민당의 고위 당료 출신인데 렌쟌이 총통후보로 결정되자 이에 반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며 고발 당시에 롄잔보다 여론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쑹추위는 선거가 끝난 2001년 검찰에 의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2003년에는 천수이볜의 집권 민진당 진영이 그를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이 고발이 쑹추위가 국민당의 렌쟌과 러닝메이트로 출마하기로 확정된 직후에 나온 것이라서 정략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우리나라나 대만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통일이나 독립과 같은 이슈 이외에는 정당들이 차별화된 정책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후보들의 도덕성 검증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도덕성은 국가 지도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지만 그 때문에 선거에서 정책이 실종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의혹이 있으면 문제를 일찍 제기해서 밝힐 일이지 선거에 임박해서 소동을 일으키는 것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