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한 때 '없어서 못 팔던' 일부 인기작가의 작품값이 급락하고 있다.

서울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에서는 생존 작가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천경자 이우환씨를 비롯 김형근 김종학 사석원 오치균 이왈종씨 등의 작품값이 지난 3개월 사이에 2분의 1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예정가보다 2배 이상 비싼 값에 낙찰됐던 경매시장에서도 이들 작품을 찾는 사람이 없어 유찰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8월까지만 해도 작품이 나오는 대로 팔려나가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이는 일부 소장가들이 단기 차익을 노리고 사들였던 작품을 쏟아내고 있는 데다 '삼성비자금'사건까지 터져 '큰 손' 컬렉터들이 그림 구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우환씨 작품의 경우 호당(22.7X15.8㎝) 가격이 지난 9월(2000만~2500만원)보다 500만~1000만원 낮은 1000만원대로 하락했다.

지난 7~8월에는 100호 크기 1970년 작품 '선''점'시리즈가 시중에서 15억원대를 호가했지만 지난달 뉴욕소더비 경매에서 비슷한 작품 '선'이 8억원대로 팔렸다.

2000년대 이후 작품 '조응''바람' 시리즈도 작품완성도에 따라 지난 9월의 '반토막'수준인 1억~3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K옥션 경매에서는 이씨의 작품 17점이 출품돼 8점이 유찰됐고,5일 서울옥션경매에서는 2점,8일 D옥션에서는 3점이 각각 주인을 찾지 못했다.

김종학씨 작품도 지난 9월 호당가격이 600만~1000만원대를 유지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300만원대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또 사석원씨의 가장 인기 있는 작품 역시 3개월 전에는 호당 300만원 선을 웃돌았으나 요즘엔 호당 100만원 선이 무너진 상태다.

천경자씨의 작품 '미인도'시리즈도 최근 3개월 사이에 호당 5000만원 이상 떨어진 4000만~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고,한때 호당 2500만원을 호가하던 김형근씨 '여인'시리즈 역시 1000만원대로 주저 앉았다.

화랑가에서는 이들 인기화가의 작품값 급락에 대해 '이제는 매수할 만한 시점'이라는 시각과 '아직 거품이 남아 있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옥션 심미성 이사는 "현재 미술시장은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이 빠져나가고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며"이우환씨 작품가격은 이미 바닥을 쳤고 김형근 김종학 오치균씨의 작품 가격도 시장이 받아줄 만한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역시 "컬렉터 수가 크게 늘어난 데다 거품이 상당히 걷힌 만큼 지금이 이들 작품을 구입할 기회"라고 분석했다.

반면 동산방화랑의 박우홍 대표는 "미술품이 장기투자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화랑과 투기세력들이 단기간에 가격을 올려놨다"며 "요즘 국내 인기작가 작품 한 점 값이면 해외중견작가 작품 2점을 살 수 있는 만큼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