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사원 노동시간 1%는 무상 봉사활동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하는 비영리조직(NPO:Non Profit Organization)인 '퍼블릭 아키텍처'는 2002년부터 건축회사들을 대상으로 '사원의 연간 노동시간 1%를 무상 봉사활동으로 지원해 달라'고 제안,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덕에 오피스 설계,건축 등의 업무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사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봉사활동 서비스에 참가하고 있는 기업은 대기업인 HKS 등을 포함해 200개가 넘는다.

참가 기업 대부분이 '노동시간의 1%를 봉사활동에'라는 목표를 채웠으며,70%는 노동시간의 2% 이상을 NPO 지원에 쓰고 있다.

#사례2

주부사원 쉬어야 할때 싼 임금 받고 도와줘

일본 도쿄의 NPO 법인 플로렌스는 3년 전 설립됐다.

직장이 있는 엄마들이 아이들의 갑작스러운 병 때문에 직장에 나가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그 아이들을 돌봐주는 곳이다.

회원은 엄마들이고 회비는 월 5250엔(최저).회원이 늘면서 지난 6월엔 손익 분기점을 넘어섰다.

올 매출은 6000만엔에 달할 전망이다.

MBA 출신 외국계 투자펀드 간부가 무료로 경영 자문을 해주고,우수한 대졸 여성 인력들이 월 15만엔의 싼 임금으로 도와줘 운영 경비도 많이 들지 않는다.


◆기업사회 바꾸는 NPO

미국에서는 로널드 레이건 정권,영국에서는 마거릿 대처 정권이 '작은 정부' 노선을 채택한 1980년대에 NPO들의 활동영역이 급속히 확대됐다.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의 구조개혁을 거치면서 2000년대 들어 NPO가 성장기를 맞았고,한국에서도 NPO의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는 추세다.

각국이 재정 건전화와 규제 완화를 위해 '작은 정부'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행정부가 시민 생활을 지켜주는 힘은 약해졌다.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곳을 민간에 맡기려고 해도 기업들은 돈벌이가 되는 부문에만 관심을 가져 공백이 생긴다.

국가와 기업에서 버려진 이러한 광대한 영역이 NPO의 요람이 되고 있다.

미국의 NPO 숫자는 지난 6월 말 현재 150만개로 늘었다.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만 해도 940만명.무급 직원까지 포함하면 총 1410만명에 달한다(존스홉킨스대학의 레스터 서러먼 교수 집계).

비영리조직의 구성원들도 달라졌다.

이들은 '공짜 선의가 사회를 구한다'는 초기의 환상에서 벗어나 우수한 비즈니스 감각을 몸에 익힌 '사회 기업가'로 변신 중이다.

뿐만이 아니다.

비영리조직들은 수익을 우선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이 간과한 수요를 발굴해내는 경우도 많다.

◆유명대학 MBA출신도 NPO 선호


이윤을 최고 가치로 내세우는 자본주의 선진국에서 학생부터 고령자까지 일류 인재들이 NPO를 지향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일반 기업보다 NPO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컬럼비아대학의 레이먼드 호턴 교수는 "엔론사건 등 기업 스캔들과 동시다발 테러 등의 영향으로 미국인은 인생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거기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새로운 사회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유명 비즈니스스쿨 졸업생 중에도 NPO에 취직하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컬럼비아대학의 경우 MBA를 취득한 졸업생 중 매년 5~10%가 NPO에 취직한다.UC버클리의 MBA스쿨인 하스 비즈니스스쿨의 올해 졸업생 200명 중에서도 약 10%가 NPO에서 자리를 잡았다.

하스 비즈니스스쿨은 이런 기류를 반영,'NPO의 영업전략''NPO의 재무관리'등 NPO 관련 강좌를 3개에서 8개로 늘렸다.NPO리더양성센터도 세웠다.

명문대 MBA 취득자가 월가에 취직하면 연봉이 10만달러를 넘는다.NPO에선 아무리 많이 받아봐야 6만달러(가이드 스타 조사).그런데도 엘리트들이 NPO로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내 능력을 갈고 닦아 많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

사회에 유산을 남기고 싶다"고.

NPO는 자원봉사자 집단이 아니다.

비즈니스 감각으로 무장해 사회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는 NPO들이 늘고 있다.

사회를 바꾸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현실적인 방안을 내놓고 있다.

재정이 파탄난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의 경우 NPO가 지역 회생을 이끌고 있다.

자연환경이 좋은 유바리시를 '건강촌'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만들어 방문객을 끌어들여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연초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메타볼릭(건강체험) 투어'를 실시,좋은 성과를 냈다.

내년엔 건강 투어 상품을 확대해 더 많은 돈을 벌 계획이다.

삿포로시 홋카이도대학에서 면역학을 전문으로 하는 니시무라 다카시 교수는 NPO법인인 '이무노 서포트센터'를 만들어 운용 중이다.

니시무라씨가 NPO법인을 설립한 것은 아이들의 면역력이 떨어져 알레르기 증상이 만연하는 현상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알레르기 대책에 유효한 식품 등에 NPO가 인증을 주는 제도를 만들어 호평을 받고 있다.

◆NPO와 제휴하는 기업들

글로벌 기업들은 NPO를 '스테이크홀더(이해관계자)'로 삼아 관계 강화에 나섰다.

이제 '비영리'와 '영리'는 대립 개념이 아니다.

양측의 지혜를 융합하는 것이 기업 활동의 한계를 깨는 열쇠가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초 도쿄시내 신세이은행 본점 18층에 새로운 부서 간판이 내걸렸다.

'코퍼레이트 밸류부(기업가치부)'로 지속가능경영 추진실,사회문화공헌 추진실,브랜드 추진실 등 3실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사회이익과의 합치,기업 이미지에 대한 영향 등의 관점에서 은행업무를 검증,기업 가치의 건전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NEC도 창업가를 지원하는 NPO인 'ETIC'를 조직해 2002년부터 'NEC사회창업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환경,복지 등의 사회문제 해결을 사업으로 하는 NPO 및 기업 육성이 목적이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본부의 스즈키 히토시 실장은 "NEC는 기본적으로 BtoB(기업 간 거래) 회사지만 기업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소비자의 진정한 욕구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NPO와의 관계는 그런 의미에서 기업 가치 향상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NPO를 기업의 주요한 파트너로 삼아 경영에 '사회성'을 반영하는 게 향후 기업 성장 전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NPO와 NGO

NPO는 영리를 제1의 목적으로 삼지 않으면서 사회공헌을 중시하는 단체를 총칭한다. 비정부 조직(NGOㆍNon Governmental Organization)과 비슷한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협소한 의미로 NGO는 환경, 인권, 부패방지 등에 주력하는 진보적 정치지향의 시민단체를, NPO는 비(非)정파적인 봉사단체를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