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지난 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7년 하반기 경제전망' 요약 번역본을 기자들에게 배포하면서 "한국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한 부분을 통째로 빼버려 물의를 빚고 있다.

재경부는 OECD가 제시한 정책 권고 중 일부만 발췌해 "통화정책은 중기 물가안정목표 달성에 근거해 추진하고,부동산 시장안정을 위해 주택공급 확대 추진 필요"라고 요약했다.

하지만 보고서의 원문을 보면 이 대목 바로 뒤에 "이러한 관점에 따라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 등의 규제는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문장이 이어졌다.

현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내용이어서 의도적으로 제외시켰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뿐만이 아니다.

보고서는 "통화정책은 중기 물가안정 목표에 중점을 둬야 하며 주택시장의 거품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공급확대를 목표로 하는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통화정책을 활용해서는 안된다' 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재경부는 거두절미한 채 '중기 물가안정을 목표로 통화정책을 펴라'는 원론적인 내용을 말한 것처럼 각색했다.

OECD가 지적하고 싶었던 부분은 바로 분양가 상한제나 분양원가 공개 등이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투기를 잡겠다는 목표로 콜금리 인상이라는 수단을 동원한 점도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2년 전 3.25%에서 5.0%까지 올렸으며 이는 자산가격,특히 주택가격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며 "콜금리 인상은 자본유입을 촉발시키면서 원화절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재경부가 제공한 요약번역본 어디에도 OECD의 이 같은 걱정은 없다.

물론 OECD의 권고가 늘 옳은 것도,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정부가 외부기관의 객관적인 우려를 덮으려 꼼수를 썼다는 점이다.

기자들을 청사 밖으로 내쫓은 정부가 이번엔 한 발 더 나아가 국민들의 눈을 가려 바보로 만들겠다고 나선 셈이다.

차기현 경제부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