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업체 K 사장은 송년모임에 거의 나가지 않는다.

"자네 감옥 가지 않았어?"라고 묻는 친구들 때문에 속이 상하기 때문이다.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 사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K 사장은 "사람들은 바다이야기가 온라인게임인 줄 안다"며 "바다이야기=온라인게임=사회 악,고로 온라인게임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탄했다.

지난해 여름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진 후 온라인게임 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아케이드게임의 일종인 바다이야기는 온라인게임과 무관한데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뭇매'를 맞고 있다.

온라인게임에 대한 인식은 급속히 나빠졌고 정부 규제는 대폭 강화됐다.

그 사이 중국은 정부 주도로 온라인게임 산업을 육성해 한국을 추월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속수무책이다.



정부는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이 문제를 일으키자 지난해 게임물등급위원회를 신설했다.

게임물에 대한 사전심사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올해 들어서는 게임산업진흥법을 고쳐 PC방을 자유업종에서 등록업종으로 변경했다.

이 바람에 전국 2만3000개 PC방 중 6000개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부랴부랴 제도 시행을 늦췄다.

국민의정부 시절에는 게임산업은 유망산업으로 분류됐다.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바다이야기 사태 한 해 전인 2005년만 해도 문화부는 게임산업을 육성하겠다며 '2010 게임산업전략위원회'를 만들었고 1000억원 이상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유명무실해졌다.

게임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잦아들고 있다.

게임산업 육성 예산만 봐도 그렇다.

연간 50조원이 넘는 문화산업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16%나 되지만 문화부 올해 예산 1조4250억원 중 게임 예산은 116억원으로 0.8%에 불과하다.

국회에서는 내년 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임산업진흥원 예산도 2004년 197억원,2005년 172억원,2006년 121억원,2007년 105억원으로 계속 줄어 3년 새 반토막이 났다.

우리나라가 온라인게임으로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은 지난해 6억달러였다.

2003년 1억5172만달러에 비하면 3년 새 4배로 늘었다.

이런 추세로 증가한다면 5년 내지 10년 후에는 온라인게임 하나만으로 연간 50억~100억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요즘엔 이렇게 낙관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중국 일본이 바짝 추격하고 있어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문화부와 정보통신부가 3년 전 온라인게임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만든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는 게임업계에는 부담만 되고 있다.

효과가 없다고 알려지면서 올해는 주요 업체들이 대거 불참했다.

이 바람에 전시장에는 대학 게임학과 학생들의 졸업작품이 대거 전시되기도 했다.

게임업계는 "이럴 거면 전시회를 왜 만들었느냐"고 말한다.

무엇보다 업계 종사자들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게 문제다.

게임업계 사장들은 "사업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쉽게 내뱉는다.

"누가 회사 넘기라 하면 그렇게 하겠느냐"고 물으면 "와이낫(Why not)?"이라고 한다.

C사 J 사장은 현 상황을 "총체적 난국"이라고 진단하고 "게임업계를 꽉 누르고 있는 '바윗덩이'를 속히 치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