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 총장은 실력 있는'중매쟁이'가 돼야 합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키워 좋은 기업과 '결혼'시키는 능력이 곧 대학 총장의 힘일 수 있습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유학한 대학으로 잘 알려진 조지워싱턴대의 스티븐 냅 총장은 시대가 원하는 바람직한 총장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96년부터 존스홉킨스대 총괄 학장을 지낸 그는 대학 재정을 튼튼히 하는 '펀딩 능력'을 인정받아 올 8월 조지워싱턴대의 제16대 총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취임 후 해외 대학 과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첫 방문지로 지난주 한국을 찾았다.

"흔히들 요즘 대학이 원하는 총장은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는 최고경영자(CEO)형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펀딩은 매직(마술)이 아닙니다." 그는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돈이 떨어지는 요술방망이처럼 펀딩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서 온 사람이 CEO형 총장이 될 것이란 생각도 착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볼 때 대학 총장은 유능한 '브로커'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로의 필요에 맞게 관계를 이어주는 브로커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을 때 결과적으로 따라오는 부산물이 돈(기부금)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선 비즈니스보다는 먼저 대학의 속사정에 정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 또한 때론 거지처럼 구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대학의 '속'을 솔직하게 보여주면서 그들(기부자)을 감동시켰습니다.

이것이 대학 세일즈,즉 펀딩 능력의 핵심입니다."

현재 국내 명문 사학들의 총장직이 비어 있다고 하자,그는 "뛰어난 학문적 업적,펀딩 능력,리더십이 다 중요하지만 첫 번째를 꼽으라면 '리더십'을 꼽고 싶다"고 했다.

나머지 능력이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라 대학의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는 리더십만 있다면 그 다음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말했다.

냅 총장은 한국 대학 전체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현재 미국 대학 교육의 큰 흐름은 '살아 있는 공부'라고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은 가르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조지워싱턴대 비즈니스스쿨 학생들은 직접 투자를 하면서 금융을 배웁니다.

적은 돈이지만 스스로 투자를 해봐야지만 지식을 체화할 수 있지요."

생물학 시간도 마찬가지다.

실제 죽은 동물의 화석뼈를 가지고 어떤 동물의 뼈인지 알아내는 게 과제로 주어진다.

교과서 속에만 존재하는 이론은 더 이상 죽은 지식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2004년 추진하다 중단된 '제주도 캠퍼스'에 대해서도 재추진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전임 총장과의 논의에서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되지 않아 지지부진했던 것으로 안다며 기회가 된다면 국내에 분교를 설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