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은 이번 대선에서 핵심 화두다.

대선후보들마다 연간 6∼8%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에 250만∼500만개의 일자리창출을 경쟁적으로 약속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는 7% 성장에 일자리 300만개,정동영 후보는 6% 성장에 일자리 250만개,이회창 후보는 일자리 250만∼300만개를 다짐했다.

문국현후보는 한술 더 떠 8% 성장에 일자리 500만개를 제시했다.

이들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정책으로 규제완화,감세,법인세 감면,중소기업살리기,일자리나누기 등 온갖 수단을 들고 있다.

과연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실현 가능한가.

노무현 대통령의 궤적을 보면 금방 답을 알수 있다.

2002년 DJ정부 때 카드거품과 부동산 규제완화로 성장률이 7%까지 올라간 뒤 참여정부 첫해 거품이 걷히면서 성장률은 3.1%로 추락했다.

일자리도 3만개나 줄어들었다.

이듬해인 2004년엔 42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으나 2005년 30만개,2006년 30만개로 떨어졌다.

올해에도 일자리는 30만개에 못 미칠 전망이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 경제성장률은 4∼5% 선.매년 1% 경제성장에 6만∼7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생겨나는 우리경제의 체질로 볼 때 적어도 8%이상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야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지켜질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 경제가 포화상태로 치닫는 나라 치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는 수치다.

차기 대통령이 대선공약을 지키려면 경기부양을 위해 펌프질을 하거나 도깨비방망이를 장만해야 할 판이다.

어차피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대중정치의 한계를 알고 있는 국민들은 정책을 세세히 따지기보다 경제운영에 대한 후보들의 열정과 마인드를 더 중시하고 있다.

허황된 대선공약을 일일이 따지기보다 희망과 꿈을 가져다줄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리더십을 원하고 있다.

1940년 전시내각 총리가 된 윈스턴 처칠이 "국민에게 바칠 수 있는 것은 피와 노고와 눈물과 땀"이라고 말했을 때 영국민들이 환호했 듯이.

지난 대선 때 7% 성장론과 연 50만개 일자리창출을 제시한 노무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실토한 바 있다.

"이회창 후보가 6%를 제시해 더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대통령이 되고보니 성장률 7%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국민을 위해 '피와 땀'을 흘리겠다는 살신성인의 리더십보다는 대통령부터 되고 보자는 욕심이 앞선 셈이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의 대선공약은 끊임없이 우리경제를 괴롭혔다.

그는 2004년 초 연두기자회견에서 4년간 2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하는 바람에 경제부처들마다 '있는 일자리 없는 일자리' 끌어모아 숫자를 맞추느라고 야단법석을 피운 적이 있다.

참여정부가 공공부문 개혁을 외치면서도 지난 5년간 공무원 숫자를 5만8000명 늘리고 저임금 일자리 창출을 주요 정책과제로 삼은 것도 대선공약이 만들어낸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경제부처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노동부가 올해 특수고용직보호법률안을 국회에 상정한 것도 대선공약이란 이유 때문이었다.

국민들은 허황된 대선공약에 얽매이기보다 '등 따습고 배 부르게 만드는' 경제대통령을 필요로 한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