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에겐 반드시 힘을 얻겠다는 야심이 있습니다.

그것을 얻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허나 그렇게 얻은 힘은 또한 수단과 방법을 가려 써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저하를 모시면 소신 반드시 그 둘 모두를 이룰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TV드라마 '이산' 속 책사(策士) 홍국영이 세손(정조) 편에 서겠다고 고백하는 대사다.

참모에 대한 관심일까.

사극 열풍이 거센 가운데 책사의 인기가 드높다.

'태조 왕건'의 최응과 '주몽'의 사용(연타발상단)에 이어 홍국영은 물론 '대조영'의 미모사와 신홍까지.그야말로 책사 전성시대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이래 뛰어난 정책과 전략으로 나라를 건국했거나 부흥시킨 책사는 많다.

한(漢)나라 유방을 도운 장량과 유비의 군사(軍師) 제갈량,조선 태조 이성계를 보필한 정도전이 전자의 대표라면 고구려 고국천왕 때의 을파소,신라 진흥왕 시절의 거칠부와 이사부,세조 곁의 한명회와 칭기즈칸의 참모 야율초재는 후자에 속한다.

이들은 최고권력자를 도와 조직의 모든 일을 기획하고 집행한다.

자연히 권력은 막강해지고 그러다 보면 과도한 욕심으로 제 발등을 찍거나 정적들의 타도 대상이 되기도 한다.

중종의 개혁 동반자였음에도 결국 반역자로 몰린 조광조와 지나친 야망으로 몰락한 홍국영 등이 그렇다.

지도자에게 책사는 필수적인 존재다.

어떤 조직이건 다스리려면 지략과 술수에 뛰어난 건 물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마음을 헤아려줄 인물이 필요한 까닭이다.

그러나 책사의 말에 무조건 기대거나 입 속의 혀처럼 구는 데 매몰돼 주위 여론을 무시하거나 외면하면 엉뚱한 결과를 빚을 수 있다.

대선을 눈 앞에 두고 각 후보 진영 책사 모두 밤잠을 잊은채 마지막 판세 분석과 전략 수립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진정한 책사는 선거에서 승리한 뒤 사적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훌륭한 지도자,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올바로 돕는 사람이다.

권력에 물들지 않을 책사를 선택하는 것은 지도자의 몫이고.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