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소시엄 참여한 농협과 역할분담 '주목'
美사모펀드 AEP,매매차익 1조 1700억

하이마트가 사모펀드 투자전문회사인 미국계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AEP)에 넘어간 지 2년8개월 만에 새 주인을 찾게 됐다.

2005년 4월 7800억원에 하이마트 지분 100%를 인수했던 AEP는 1조9500억원의 인수금액을 제시한 유진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올 들어 로젠택배와 한국통운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물류사업을 강화해온 유진그룹은 국내 최대의 가전유통 전문회사인 하이마트까지 접수,레미콘 업체인 유진레미콘을 발판으로 건설·물류·유통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왜 유진인가

지난주 마감된 최종 입찰에 참여한 유진과 GS그룹,토종 사모펀드 회사인 MBK파트너스 등 세 곳 중에서 유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업계 소식통은 "금액 외에 여러 측면을 감안한 결과"라고 전했다.

우선 MBK파트너스는 단순 투자전문회사여서 "하이마트의 기업 가치를 높인뒤 경영 능력을 갖춘 전략적 투자자에게 넘기겠다"고 했던 AEP의 당초 약속에 맞지 않아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GS는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편의점 등 유통분야 사업을 두루 경영하고 있고,인수금액도 2조원 이상으로 유진보다 높게 제시했는데도 탈락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실사 과정에서 잠재부실이 드러날 경우 매각가격을 재협상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단 게 감점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하이마트를 안정궤도에 올려놓은 현 경영진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이마트 측은 "기존 유통업체를 거느린 회사가 인수할 경우 중복사업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과도한 구조조정 가능성을 경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진은 물류 외에 유통사업을 직접 하고 있지 않아 구조조정 여지가 크지 않으며,신규 유통사업에 진출하는 만큼 적극적인 추가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점 등이 긍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유진이 선종구 대표를 비롯한 하이마트의 현 경영진이 경영을 계속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유진은 레미콘 등의 건설소재 사업부문과 로젠택배·한국통운 등의 물류부문 등을 합친 총 6개의 사업군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849억원,순이익 1053억원을 올린 이 그룹은 지난 3월 서울증권을 인수해 금융업에도 진출했다.

작년 6조원이 넘는 금액에 매각된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충분한 '실탄'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유진은 농협을 하이마트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의 재무적 투자자로 확보,상당액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로클럽을 운영하는 등 유통사업을 하고 있는 농협이 하이마트의 향후 경영과정에서 '재무적 파트너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유진그룹은 유경선 현 회장의 부친인 유재필 명예회장이 1977년 창업한 건빵회사 영양제과를 모태로 성장했다.

1984년 레미콘사업에 진출하면서 도약하기 시작했고,전체 38개 계열사 가운데 14개가 레미콘업체일 만큼 레미콘부문은 지금도 그룹의 주력사업이다.

◆하이마트 어떤 회사인가

하이마트는 1999년 출범한 가전 유통 전문 기업이다.

국내외 1만여종의 전자제품을 직거래 방식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직영 물류 및 서비스센터 9개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가전 유통시장의 약 25%를 점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2003년 인터넷 쇼핑몰 '하이마트 쇼핑몰'과 물류서비스 회사인 '하이로지텍',여행사 'HM투어'를 본사로부터 분사하는 등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장성호/이정선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