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고객의 신용카드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카드 사용한도를 올려주던 카드업계의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내년부터 카드사들도 은행처럼 카드 미사용한도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감독 규정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충당금 적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고객들의 카드 사용한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는 만큼 대책도 강구 중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사용한도를 반드시 확인한 후 카드를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충당금 적립률 어떻게 바뀌나

고객이 카드를 사용한 금액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충당금을 조금만 더 쌓으면 된다.

카드 대금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정상 채권'은 사용액의 1%에서 1.5%로,한 등급 아래인 '요주의 채권'은 사용액의 12%에서 15%로 충당금 적립률이 소폭 높아진다.

문제는 카드 총 사용한도에서 사용액을 뺀 미사용 한도.지금까지는 최근 6개월내 현금서비스를 이용한 회원들이 쓰지 않은 현금서비스 한도에 대해서만 일정 비율의 충당금을 적립하면 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은행처럼 현금서비스 사용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회원들의 '신용판매액(일시불+할부)과 현금서비스 미사용한도'에 대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충당금 적립 규정을 내년 상반기부터 카드사에도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사용한도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을 은행보다 낮게 해달라는 카드업계의 요구가 있어 적정 적립률을 검토 중이지만 제도 시행은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현재 미사용한도를 반으로 나눈 값의 1.5%(미사용한도×50%×1.5%)를 충당금으로 쌓고 있다.

현재 카드사 고객들이 주어진 카드 사용한도의 20% 정도를 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카드사들이 내년부터 추가로 쌓아야 하는 충당금은 은행 기준을 적용할 경우 최대 1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충당금 리스크 줄이기 비상

신한카드와 현대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은 올해 충당금을 적극적으로 쌓는다는 계획이다.

최근 가맹점 수수료율이 낮아진 데다 시중 금리 상승으로 조달금리가 올라 내년도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판단해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내년 8월 LG카드와 신한카드의 전산을 통합할 예정"이라며 "두 회사의 전산시스템이 통합되면 양사 중복 회원인 300만명의 카드 사용한도는 수익 기여도에 따라 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또 전체 회원의 30%에 육박하는 휴면회원 정리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은 카드사들의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충당금만 더 쌓게 하는 회원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부터 1년 이상 사용 실적이 없는 휴면 회원에게 사전에 고지한 뒤 카드를 해지하도록 하는 '카드 표준약관'이 시행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철저한 고객 분석을 통해 고객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도 충당금 적립률을 최소화하는 적정 사용한도를 정하는 게 카드사들의 경영 노하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