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해외 펀드 비과세 조치가 당초 목표한 환율 방어보다는 은행 자금 이탈을 부추겨 CD(양도성예금증서) 발행 증가에 따른 가계 이자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투자액의 두 배 이상이 지난 5월 이후 해외 펀드로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비과세 혜택을 받는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46조8355억원(6일 현재)으로 지난해 말 7조6916억원에 비해 6배 가까이 폭증했다.

특히 5월 말 19조2073억원이던 설정액은 7월 말 30조원,10월 말 40조원을 넘기는 등 6개월간 143.8%나 증가했다.

이는 재정경제부가 지난 6월1일부터 국내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해외 주식형 펀드에 대해 3년간 비과세 혜택을 부여한 데 힘입은 것이다.

당시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해외 투자 확대 방안으로 연간 100억~150억달러 규모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5월부터 해외 펀드에 투자된 금액만도 30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해외 펀드에 비과세 혜택을 준 뒤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은행권에서 빠져 나간 자금의 상당 부분은 해외 펀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은행의 저축성 예금은 6월 말 492조3539억원에 달했으나 9월 말엔 478조4445억원으로 석달 새 13조9094억원이나 빠졌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CD와 은행채 발행을 늘리고 있으며 이는 시중 금리 급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으로 들어가는 돈은 결국 돌아서 다시 은행으로 들어오는데 해외 펀드의 경우엔 절대 유동성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환율 하락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한은 관계자는 "해외 펀드 비과세는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취해졌지만 해외 펀드 투자액의 80% 이상이 환헤지를 하기 때문에 당초 기대만큼 환율방어 효과는 없고 오히려 단기 외채가 증가하고 있다"며 "경상수지도 거의 균형상태이고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하는 상황이라 해외 펀드에 투자할 달러를 빌려 와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해외 펀드 비과세는 국내 자산운용의 기회를 해외로 넓혀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금 쏠림 때문에 은행 수신이 줄어든 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해외 자산운용 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크지 않고 비과세 조치도 6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에 현재로선 보완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석/박성완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