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으로 불리는 IB(Investment Banking)가 증권산업의 신성장 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다.

증권사들이 천수답으로 불리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의존 비즈니스에서 탈피해 기업금융 중심의 큰 돈이 되는 IB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1월 한국 기업의 해외 M&A 중 최대 규모(49억달러)로 주목받은 두산의 미국 보브캣 인수에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이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해 8억달러를 투자했다.

보브캣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두산의 해외 지주사가 예정대로 뉴욕 증시에 상장되면 딜에 참여한 증권사들은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김범준 한국투자증권 IB사업부문장은 "단 한 번의 딜로 6개월치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것이 바로 IB의 묘미"라며 "국내 금융산업의 미래는 IB에 있다"고 말했다.

IB 사업 성과는 올해 실적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국내 10대 대형 증권사들의 올해 국내외 IB 분야 예상 수익은 모두 90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3500억원보다 158% 이상 급증한 것이다.

물론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25개 증권사와 22개 자산운용사 등 47개사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5.4%가 국내 증권사의 경쟁력을 60점 이하(세계적 투자은행 100점 기준)라고 응답했다.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은 "국내 증권사 전체 수익에서 IB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은 평균 5% 미만에 불과하지만 10년 후에는 대형사들의 경우 30~40%대로 늘어나 증권업을 먹여 살리는 주력 사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