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빅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관망 상태를 보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과 13일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의 수급 압박을 우선 피하고 보자는 심산이다.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미 금리 인하는 인하 자체보다는 폭이 관심사다.

또 선물·옵션 만기일 차익잔액 매물이 어느 정도 롤오버(이월)될지도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증시를 끌어올릴 만한 요인이 부족하다며 배당 투자 유망주나 가치주를 중심으로 한 보수적 접근을 권했다.

◆양대 이벤트 시나리오별 전망

CJ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내 시장 참여자들의 62%는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33%는 0.50%포인트 인하를 각각 예상하고 있다.

인하폭엔 차이가 있으나 인하는 확실하다는 분위기다.

장희종 CJ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 자체보다는 FOMC의 성명서 내용이 보다 중요하다"며 "경기 둔화 위험을 강조할 경우 상품가격 조정과 더불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0.25%포인트 인하에 그칠 경우 최근 상승은 기술적 반등이 될 공산이 크다"며 "매수차익잔액도 롤오버보다는 청산이 진행돼 일시적인 수급 교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당국의 경기 부양 의지를 강하게 확인시켜줄 0.50%포인트 인하가 아니라면 큰 약발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선물·옵션 만기일 충격은 12월물과 3월물 선물 간 가격차인 스프레드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11일 외국인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이월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면서도 "2~3일간 나타날 스프레드 추이가 차익매물의 청산 충격을 어느 정도 줄여줄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적 접근 의견 우세

이들 이벤트 외에도 증시를 억누르는 악재는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주말 중국이 최근 20년래 가장 높은 수준인 14.5%까지 지급준비율을 올리며 강력한 긴축 의지를 보인 데다 미 경기 지표도 혼조세다.

11월 미 비농업 부문 고용은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신용스프레드(신용등급 간 금리 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 금리 인하 약발이 의문시되고 있는 데다 국내 채권시장 불안을 고려하면 상승 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더해가면서 증시 내 주도주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충격이 재차 가해진 11월23일을 전후해 소재·산업재에서 정보기술(IT)·통신 등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양상이다.

김성노 한누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세계 신용 경색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성장성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가 부각될 것"이라며 내년 실적을 기준으로 저평가된 가치주에 대한 선별 투자를 권했다.

장 연구위원은 "이달 들어 초과 수익을 낸 업종은 IT나 금융 등 저평가 매력이 있거나 필수소비재 의약 통신 등 경기방어적인 업종"이라며 저평가주나 고배당주 등 방어적 성격이 강한 대형주를 추천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