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와 이인제 민주당 후보,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선거 막판 지지율 정체 속에서 고심하고 있다.

대선 결과가 단순히 몇%를 득표했느냐에 그치지 않고 당은 물론 후보의 향후 진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모색했던 문 후보는 '마이웨이'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9일 대구유세에서 문 후보는 "썩은 고목은 꽃을 피울 수 없다.

정동영 후보는 참여정부의 실정에 책임을 지고,결단을 내려라"며 정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후보직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당내에서 총선을 겨냥한 독자생존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

고원 전략기획본부장은 "대선이 끝나면 신당은 불임정당이라는 게 최종적으로 확인될 것"이라며 "승패와 관계없이 우리가 대선에서 선전을 하면 대선 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 후보와 단일화 논의 시작 당시 5% 안팎으로 떨어졌던 지지율이 최근 소폭 반등하면서 이런 분위기가 더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대선 기간에서 나타난 조직력의 한계와 범여권이 대선에서 크게 패할 경우 떠안게 될 분열 책임론 등이 부담이다.

이인제 후보는 신당과의 통합을 전제로 한 후보단일화 담판에 나섰다.

지지율이 1%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 따른 것이다.

최근 전직 의원과 당직자들이 대거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 측으로 옮겨간 것도 이 후보의 결단을 압박하는 요인이 됐다.

최인기 원내대표와 이상열 정책위 의장은 10일 이인제 후보와 박상천 대표를 만나 신당과의 단일화를 강력히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으며,이인제 후보도 이 자리에서 신당과 통합을 전제로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과 신당은 고위급 회동을 거쳐 늦어도 12일까지 합당을 선언해 13,14일 실시되는 부재자 투표에 단일화 효과가 반영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식을 놓고 선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는 신당과 합당을 먼저 해야한다는 민주당 사이의 입장이 맞서고 있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권 후보는 3%를 좀처럼 넘지 못하는 지지율 정체가 고민거리다.

대권에 세번째 도전하면서 식상한 이미지를 주고 있는 데다 2002년 대선 당시의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와 같은 대중을 움직이는 메시지도 부족하다는 게 당 안팎의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득표율 3% 이하의 저조한 성적을 거둘 경우 총선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 당내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최근 자주파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비례대표 1순위 할당에 불만을 제기하고 이에 평등파로 분류되는 조승수 전 의원이 비례대표 선출 기준에 대한 역제안을 하는 등 신경전이 표면화되고 있다.

권 후보 측은 남은 기간 진보적 색채를 더욱 뚜렷이 해 노동자 농민 등 전통 지지층을 조직화하고 반부패를 화두로 부동층을 집중 공략해 5%의 지지율을 달성하겠다는 복안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