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면접은 깐깐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뉴욕 본사와 해외 지사를 오가며 20번 이상의 면접을 실시하는데,기존 임직원과 새 직원간의 궁합이 맞을지를 우선 따진다.

전문지식은 물론이고 주로 인격적인 소양을 살핀다.

골드만삭스처럼 미국 기업들의 직원 채용방식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착한 척'하는 지원자를 걸러내기 위해 며칠을 끌고 다니며 진을 빼는가 하면,직원들이 직접 화장실을 청소하는 모습이나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접시를 설거지하는 현장을 DVD로 보여주며 '고생할 각오를 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기업들은 독창적인 면접방식을 고안해 입사지원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잘못된 채용으로 나중에 엄청난 손실을 떠안을 바에야 차라리 괜찮은 사람을 놓치는 것이 낫다"는 식이다.

심하게 말하면 사람은 얼마든지 있으니 '걸러내고' '밀어내자'는 주의다.

이 같은 압박면접을 실시하는 우리 기업들도 하나 둘 늘어나자,대학가의 취업 풍속도 역시 변하고 있다고 한다.

응시자가 궁지에 몰린 상황을 상정해 위기대처능력을 키우는 모임들이 활기를 띠는가 하면,오로지 취업에만 매달려 쉬는 것을 두려워하는 공휴족(恐休族)까지 생겨났다.

그런가 하면 압박면접을 사전에 연습하는 '모욕 스터디'도 눈길을 끈다.

상대가 말 실수나 신체적인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때,어떻게 인내하며 대응하느냐 하는 것이다.

기업이 중요하게 여기는 인성평가에 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인성을 강조하는 면접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다.

경영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최근호에서 밝힌 "사람들은 보통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뽑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조직의 다양성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는 연구논문이 바로 그것이다.

다행히 외국기업들이 선호하는 압박면접은 우리에게 걸맞은 방식인 것 같다.

우리 직장문화가 대체로 '나'보다는 '우리'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