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10일 소집된 임시국회가 '검찰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둘러싼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대립으로 첫날부터 파행을 겪었다.

신당은 이날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한나라당이 '선거 전략용'이라고 주장하며 모든 의사 일정을 거부해 예정된 본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신당은 BBK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구속된 김경준씨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김홍일 제3차장검사와 최재경 특수1부 부장검사,김기동 특수1부 부부장검사 등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이날 발의했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되면 법사위에 회부되지 않는 이상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표결을 하도록 돼 있다.

시한 내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소추안은 폐기된다.

신당은 탄핵소추안에 이어 'BBK 특검법',공직부패수사처법,국정조사권 발동 등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해찬 공동 선대위원장은 "법사위에서 특검법안을 놓고 상정조차도 못하게 실랑이를 하고 있고,탄핵소추는 본회의에서 다뤄야 하는 사안으로 의사일정 문제가 쉬울 것 같지 않다"면서 "이번 주 안에 3~4가지 관계 법안을 직권상정이라도 해야 탄핵소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신당의 정치공세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임시국회 의사 일정은 대선 이후에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노동당은 탄핵소추안의 필요성에 대해선 인정하지만 법사위 청문회를 먼저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당분간 임시국회 파행 사태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신당이 탄핵소추안 등을 강행할 경우 실력 저지에 나선다는 방침을 표명해 물리적 충돌마저 우려된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대선이 끝날 때까지 의사 일정에 합의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신당이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검찰에 대한 정치적 테러이자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반민주적 폭거"라고 비난했다.

박형준 대변인도 "사기꾼 김경준과 짜고 정치공작을 해놓고 검찰과 야당이 공작했다고 덮어씌우고 검찰을 탄핵하겠다고 한다"며 "정동영 후보와 신당은 이성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이라크에 주둔 중인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 동의안과 내년 예산안에 대해서는 대선 다음 날인 20일 이후부터 심의를 재개해 28일 이전까지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신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사항이 전혀 없다"며 "법률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해서 탄핵 발의를 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탄핵제도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강동균/홍영식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