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떨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며 한 의류회사가 그저 작은 손길을 보탰을 뿐입니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기부하는 옷도 재고품은 절대 안보내요"
국제 구호단체인 '월드비전한국'을 통해 1999년부터 11개국에 의류 159만장(시가 270억원 상당)의 구호물자를 기증해 온 영원무역의 성기학 회장(60)은 10일 국제월드비전의 딘 허시 총재로부터 감사패를 받으며 이같이 말했다.

성 회장이 월드비전을 통해 국내외에 도움의 손길을 보내게 된 것은 외국 바이어의 소개를 통해서였다.

1999년 동티모르에 1만7000여 벌의 동절기 재킷을 지원해 준 것을 시작으로 월드비전을 통해 매년 추운 지역의 아시아 빈민 아동을 위해 따뜻한 겨울을 지낼 수 있도록 방한의류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팔다 남은 재고를 보내는 게 아니라 남는 원단으로 아예 아이들을 위한 제품을 따로 만들어 보낸다.

성 회장은 "1년 내내 공장에 여유가 생길 때마다 틈틈이 구호용 의류를 만들어 놓는다"고 말했다.

영원무역의 구호활동은 긴급재난이 발생한 지역에 바로 지원을 해준다는 게 특징.항상 구호의 손길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고,급할 때는 매장에 있는 제품을 가져다 보내기도 한다.

이런 준비로 2005년 대지진으로 유례없는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의 산간지역 주민들에게 방한의류 5만5000벌을 긴급 지원하기도 했다.

성 회장은 직접 아이들에게 보낼 구호물품의 품질을 꼼꼼히 챙길 정도로 열정을 갖고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심지어는 근처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입혀보고 디자인이 적절한지를 체크할 정도라고.그는 "처음으로 좋은 품질의 옷을 받아보는 아이들에게 하자 없는 제품을 제대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제품보다 디자인과 품질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원무역은 월드비전만이 아니라 적십자 등 다양한 구호단체를 통해 의류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처럼 현지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직접 구호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그는 "빈민국가인 방글라데시의 현지 공장을 방문할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난다"며 "직접 돈을 기부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업체별로 자신 있는 분야에서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월드비전한국의 박종삼 회장은 "기업에서 일시적으로 물품을 지원해 주는 경우는 많지만 영원무역처럼 긴급 구호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좋은 품질의 물품을 지원해 주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성기학 회장의 정성에 조금이라도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국제월드비전의 딘 허시 총재 방한에 맞춰 감사패를 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글=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