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무실 임대료가 이상 급등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강남권은 물론 강북지역 오피스빌딩 가운데는 사무실 부족을 반영,임대료를 10% 이상 올리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대료 부담을 덜기 위해 서울을 떠나 성남 일산 등으로 사무실을 옮기는 업체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무실 임대료 급등은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10만가구를 넘어서는 등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고 경기 상승세도 내년에는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것과는 극히 대조적인 현상이다.

오피스 중개 업계에서는 내년에는 강북지역 대형 빌딩의 리모델링까지 겹쳐 사무실 품귀 현상이 더 심해지는 가운데 내년 초에 재계약할 오피스빌딩 중 절반 이상이 임대료를 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임대료 급등세가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 H빌딩(연면적 6만3000㎡)의 사무실 임대료는 지난달 말 3.3㎡(1평)당 6만8000원에서 8만원으로 17.6% 올랐다.

이는 지난해 상승률(3%)의 거의 6배로,강남권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급상승'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송파구 잠실동 S빌딩도 3.3㎡당 6만원이던 임대료가 지난달 7만원으로 16.7% 올랐다.

올초 인상률(5%)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강북 도심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초 임대료가 3% 올랐던 중구 남창동 D빌딩은 이달 들어 11% 인상안을 입주 업체들에 통보했다.

중구 남대문로5가의 D빌딩도 올해 3% 올렸던 임대료를 내년에는 6.6% 인상할 예정이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S빌딩 역시 지난달 10.9% 인상돼 지난해(3%)의 3배를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이처럼 임대료가 급등해도 서울에서 빈 사무실 찾기가 어려워 입주 업체들은 대부분 울며 겨자 먹기로 재계약을 맺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지난 6월부터 서초동 삼성타운 입주가 시작된 것을 계기로 사무실 수요가 급증,빈 사무실이 거의 없는 데다 강북권에서도 내년 1월 남대문로 대우센터빌딩과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리모델링이 시작되면 사무실을 구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산관리 업체인 샘스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서울 지역 공실률은 1.3%로 사무실 이전 등으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마찰 공실률(통상 1.3%)을 감안하면 거의 빈 곳이 없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높은 임대료 부담을 못 이겨 성남 일산 등 서울 외곽 지역으로 이전하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강남구 서초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컴퓨터 설계업체 H사는 내년 초 성남으로 이전키로 하고 이달 아파트형 공장을 분양받았다.

이 회사 대표는 "현재 임대료도 연간 3000만원으로 부담이 적지 않은데 내년에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이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샘스 관계자는 "내년 대우센터빌딩 등의 리모델링이 시작되면 사무실 이전 수요가 본격화돼 임대료 상승이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며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연면적 51만㎡) 등 대규모 오피스 공급이 이뤄지는 2011년까지는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도원/박종서 기자 van7691@hankyung.com